몇 달째 이어지는 비통하고도 혼돈스러운 사회 분위기다.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 소재를 따지는 목소리들에 더하여 연일 터지는 또 다른 재난들에 대한 불안함과 사고 원인을 묻는 아우성. 아울러 이제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공방과 소동의 잡음까지. 시간이 지나면 백일하에 소금처럼 남게 될 진짜와 가짜들의 이판사판 얽히고설키는 이전투구.

어느새 세월호도 세월호지만, 침몰한 세월호를 긴급하게 구조하지 않으면 안 될 현재 한국 교육의 자화상으로 비유하는 말들이 더욱 우리의 어깨를 누르는 가운데 곧 전국 17개 시도에서 교육감선거도 치른다.

교육 문제의 해법을 진보적인 교육감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찾을 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자는 원칙적인 목소리는 어느새 선거라는 이 다급한 재난 앞에서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칠 구조 활동으로만 오인된 지 오래다.

세월호 아이들의 참담한 죽음처럼 한 달에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또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안타까운 목숨을 버리고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20년도 더 지난 절규는 아직도 유행에 묻히지 않은 채 강도를 더해가는 구호가 되어가고, 신자유주의와 보폭을 함께하는 정부 교육정책 속의 경쟁과 차별의 논리는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상황이다.

점입가경의 상황이 이로만 끝난다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끔찍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검은 산성비가 세상을 적시는 공상과학 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우리 아이들이 몇 년 뒤에 겪게 될 암울한 초상화다. 이제 아이들은 오래된 영화 <양철북>에서처럼 어른 되기를 두려워한다. 아니 또 다른 면으로는 미래의 어른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순수한 어린 시절을 반납하고 어른 되기 연습에만 기형적으로 골몰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인간화 교육을 위해선 우선 입시 철폐부터 단행해야 한다는 교육·노동계의 '교육혁명'처럼 아주 충격적이고도 파괴적인 힘으로 현실을 격파하고 재건하지 않는 한 미래라 하는 건 갈수록 암담해지는 수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사회의 진보란 원래 서서히 발전하고 차츰 좋아지는 것이라 하는 그 허울 좋은 말들은 사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조금씩 쇠락하고 나빠지는 현실을 은폐할 뿐이며, 그로 인한 불안감과 자괴감의 유령은 디스토피아적 미래 영화의 검은 산성비처럼 언제까지나 세상을 떠돌 테니 말이다.

세상을 떠도는 이 절망 가운데 치러질 교육감선거가 교육의 부익부빈익빈 형국과 과도한 경쟁 구조를 얼마나 혁파해줄 수 있을지….

   

점점 더해가는 무력함의 한숨 속에 우리 교육이라는 세월호는 귀중한 골든타임을 놓쳐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을 따름이다.

/서은주(양산범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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