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만드는 사람들] (2) 강소농 지원단 민간전문가

강소농 등 농민들을 지원하는 기관, 사람은 많다. 그중 현장 최일선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 중 강소농 민간전문가가 있다.

농촌진흥청 소속인 이들은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 강소농지원단으로 근무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강기학(과수), 류재숙(축산), 예권해(농업경영·유통), 이상현(화훼), 이승래(식량작물), 이영미(농산물 가공), 이현욱(버섯), 최인락(시설채소), 한일문(마케팅), 황종헌(시설채소) 씨 등 모두 10명이 민간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기획·요청에 의한 강소농 종합 컨설팅, 농가의 멘토링 활동, 교육 지원 등이다. 전국적으로는 약 100명의 민간 전문가가 현장을 누비고 있다.

강소농 지원단 강호성 단장은 "민간 전문가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애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했거나, 대학 강단에 선 경험 등 전문지식의 소유자로, 농가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전문가 10명에게 현장 이야기를 들어 봤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한일문, 류재숙, 이현욱, 예권해, 이영미 민간전문가, 강호성 단장, 강기학, 이승래, 최인락, 이상현, 황종헌 민간전문가. /이원정 기자

◇어떻게 민간 전문가로 활동하게 됐나?

△류재숙 = 경남도종축장에 1979년 입사 후 2008년 경남축산진흥연구소에서 퇴직할 때까지 29년 동안 우량종축 개량 보급 및 관련 시험연구, 양축농가 현장교육 등의 업무를 했다. 재직 중 체득한 축산 기술로 축산 일선 현장 애로를 해결해 주고 싶어 지원했다.

△예권해 = 농촌진흥 공무원으로 33년간 근무하면서 식량작물, 시설채소, 과수·특작, 농산물 수출, 농업 경영 등 다양한 전문 기술을 익혔다. 현재 농업인들이 취약한 농업경영과 농산물 유통·판매와 관련해 현장 컨설팅을 통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지원하게 됐다.

△이현욱 = 15년간 연구직 공무원으로 버섯을 연구해 왔고, 퇴직 후 13년간 새송이버섯 농장을 직접 경영해온 노하우를 버섯농가에 접목해 버섯산업 발전에 기여코자 이 일을 하고 있다.

△한일문 = 지역 공동브랜드의 이론적 체계를 정립하고 경남도 한우공동 브랜드인 '농협 한우지예'를 출범시켜 초대 전문경영인으로 재임하면서 얻은 현장경험이 있다. 또 30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한 행정 경험과 대학에서 축산학과 농학, 행정학을 전공하고 경영학(마케팅 전공)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 부산대학교 등에서 18년 동안 강의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 경험한 이론과 실무경험으로 도내 강소농가에게 컨설팅을 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대한 '농축산물 마케팅'의 전문가로서 책무이며 봉사라고 생각하고 지원하게 됐다.

△이승래 = 농촌지도직 공직자로서 터득한 기술과 지식, 경험을 농업인과 공유하며 복지 농촌 건설에 동참하고자 했다.

◇보람되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강기학 = 컨설팅 결과에 만족하고 뭔가 달라졌다고 인정할 때, 생산량이 증가하고 소득 증대가 이루어졌다고 기뻐할 때 보람을 느낀다.

△류재숙 = 열성적으로 한우 110마리를 20년 동안 사육한 70대 노부부가 있었다. 재래식 축사에서 수작업으로 우분 수거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다. 남편은 우분 수거 같은 힘이 드는 일을 하고, 아내는 분만관리·수정·사료급여·기록 같은 일을 분담하고 있었다. 이에 나이를 고려, 번식부터 출하까지 모두 하는 일관 사육에서 번식 체계로 사육 체계를 전환할 것을 권유했다.

△예권해 = 모 농가에서 수출 국화 계약 모종이 납품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한 해 농사를 완전히 시작도 못한 것이었다. 이때 신속히 틈새 작목으로 여름 토마토와 여름 가지를 대체 재배하도록 컨설팅해 경영을 안정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했다. 현재는 수출 국화와 국내용 국화 재배로 위험을 분산했다.

△이영미 = 농가 간 서로 정보 공유 및 농산물 판로 구축 연계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한 망개떡 농가가 팥소 앙금 제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마 앙금으로 대체하도록 도운 것이 기억에 남는다.

△최인락 = 산청군 한 딸기 농가에서 고설재배(수경재배)를 도입한 후 배지의 특성을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때마침 이 농가를 방문해 애로를 듣고 pH 상승에 따른 미량요소 결핍증을 해결했더니 아주 기뻐했다.

△이상현 = 밀양의 한 화훼 농가를 방문했는데, 부부가 재배 중인 작목 선택과 경영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로 심한 갈등을 겪으며 이혼 위기에 있었다. 묘 정식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들에게 선택 작목의 중요성과 기술 지도, 더불어 인생 상담까지 같이 해 그동안 쌓인 갈등을 푸는 기회가 됐다. 결론적으로 남편의 의견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아내가 밝은 표정으로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화답할 때 최고의 보람을 느꼈다.

△이현욱 = 사무실에 있기보다는 대부분 출장으로 현장 지도를 한다. 이론과 경험을 토대로 한 현장기술을 농가에서 신뢰하고 적극 수용, 제시한 농장 경영의 미래 청사진을 함께 실천할 때 보람을 느낀다.

△한일문 =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친환경 농산물과 기능성을 더한 상품가치 향상, 지역과 농장 여건을 활용한 체험 등 6차 산업형 농업의 근간을 컨설팅하고 있다. 아직 얼마되지 않아 가시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커다란 시너지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황종헌 = 몰라서 농사를 그르치는 농업인들을 접할 때 안타깝지만, 새로운 기술을 투입해 개선하고 소득적으로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

◇농민들이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이승래 = 농업은 국민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연순환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산업이다. 미국의 금융인인 짐 로저스는 '농업은 향후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이고, 농부는 선망의 직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농업인은 농업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을 갖고, 정부도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책 개발과 지원을 해야 한다.

△이영미 = 대부분의 농가가 농산물 가공업 등 사업을 시작할 때 지자체, 또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마음이 먼저 있다. 하지만 그 사업의 타당성, 자부담 능력, 상품 가능성, 판로처 등 충분한 검토 후에 사업을 시도했으면 좋겠다.

△황종헌 = 자칫 농가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늪에서 헤맬 수가 있다. 강소농 지원단이 민간컨설팅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대폭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최인락 = 특히 신규 농가와 강소농 농가에는 전문가의 책임 컨설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돼야 한다.

△이상현 = 표준영농교본에 나오는 토양관리 등이 정착되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대량생산하는 것이 가격 폭락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대농과 기업농은 정부 지원을 중단해 과잉생산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절실하다.

△강기학 =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즉 농업은 천하의 근본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를 깊이 새기고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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