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맛 읽기] 반찬이 넘친다

9가지 반찬 VS 3가지 반찬

9가지 맛없는 반찬보다 3가지 맛있는 반찬이 나오는 식당을 찾고 싶다. 당신은 어느 식당의 문을 열겠나?

8000원 하는 가정식 백반집 두 곳이 있다. 반찬 가짓수가 다르다.

9가지 반찬이 나오는 식당을 찾았다. 콩자반·멸치볶음·어묵볶음·미역줄기볶음·일미무침·무채무침·조미김·김치·오이지가 한상 가득이다. 양은 많지만 매일 똑같은 종류의 반찬이 상에 오른다. 맛에도 변화가 없다.

3가지 반찬만 내놓는 집은 이렇다. 월요일에는 버섯구이·취나물무침·쇠고기장조림이 나오고, 수요일에는 삼치구이, 무오이초절임, 마늘종새우볶음이 단출하게 차려 나온다. 갈 때마다 반찬이 다르다.

제대로 된 3가지 반찬만 내놓는 식당은 찾고 싶어도 주변에서 잘 찾을 수가 없다. 반면 무려 9가지나 되는 반찬을 매일같이 올리는 식당은 흔하디 흔하다.

비빔밥 메뉴에 별도로 나온 11가지 반찬.
창원 한 백반집의 10가지가 넘는 반찬.

창원의 어느 식당 사장은 '40% 법칙'을 말했다. 한 끼 상차림에 재료비가 40%를 넘지 않아야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60%로 인건비, 임대료, 이윤을 남긴다.

대략 8000원 하는 식사에 재료비는 3200원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3200원으로 밥부터 국·찌개, 반찬 모두를 직접 손수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보통 2∼3가지 반찬만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완제품으로 나온 반찬을 사와서 손님상에 내놓는다.

다시 묻고 싶다. 9가지 반찬이 깔린 식당과 3가지 반찬이 깔린 식당, 어느 곳의 문을 열고 싶은가?

김치 종류만 3가지 나온 국숫집.

양보다 질, 가짓수보다 맛

비빔밥을 파는 식당인데 콩나물이 반찬으로 나온다.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상추도 나온다. 맑은 국물에 김치나 장아찌 중 1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어느 국숫집에 갔다. 반찬으로 김치 종류만 3가지가 나온다. 배추김치, 깍두기, 무채무침이다. 맛있는 깍두기 1개면 국수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맛집 중에 유달리 반찬 맛이 좋았던 식당이 2곳 있다. 창원시 성산구 남양동에 있는 '뜨락'과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에 있는 '함양옻닭'이 그곳이다.

창원시 성산구 남양동 뜨락의 반찬 3인 기준량.

두 집의 공통점은 반찬 수를 줄였다는 점과, 플라스틱 그릇에 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줄이고 줄인 반찬이 각각 7가지와 5가지라고 했다.

뜨락의 김인숙 사장은 "1만 원 하는 정도의 한 끼 식사에는 반찬 7가지 정도는 나오는 게 손님들과 타협한 마지노선이었다"고 표현했다.

연잎에 싸서 쪄낸 찰밥에 삼겹살 훈제구이라는 메인 요리가 따로 있음에도, 1만 원이라는 비용에 반찬은 덤으로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더 줄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해 한 식당의 시락국밥과 깍두기.

"저는 상대적으로 저장 기간이 길고 조금씩 내놓을 수 있는 장아찌를 만들어 손님상에 냅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선에서 반찬을 연구하죠. 매일같이 반찬을 7가지씩 새로 만들면서 혼자 일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함양옻닭의 김순남 사장은 "욕심 내서 6가지 반찬을 냈다가 바로 5가지로 줄였다. 반찬을 한 가지 더하고 덜하고는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는 천지 차이다. 가짓수 늘리려고 했다가 힘만 들어 주요리를 못하니 반찬은 적을수록 좋다"고 했다.

결국 메인 요리가 따로 있어 가격대가 올라가도 반찬 가짓수는 5∼7가지 정도 돼야 한다는 손님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김해의 한 식당. 시락국밥 3500원. 주인장에게 맛도 좋은데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깍두기 반찬 1개를 내놓는데 뭐가 저렴하냐, 저렴한 게 아니라 적당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시락국밥에 다른 반찬이 뭐가 필요하겠어요. 반찬 수를 늘리는 순간 일이 많아지고, 일이 늘면 사람도 써야 하고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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