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황금연휴를 맞아 뉴질랜드 캠퍼밴(Campervan·캠핑카의 올바른 명칭) 여행을 떠났다. 뉴질랜드에 도착해 캠퍼밴을 인도받고 젤라딘 마을로 향했다.

젤라딘으로 향하는 중에 자꾸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잘못 걸려온 전화이겠거니 하고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 전화는 놀랍게도 뉴질랜드 현지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다. 바로 인도에서 만났던 친구 라이언이었다.

라이언은 뉴질랜드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트위즐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내가 머물기로 한 곳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라이언은 내일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며 친구와 나를 그 마을로 초대했다. 그렇게 젤라딘 마을, 테카포호수, 푸카키 호수를 지나 라이언이 머무는 트위즐이란 마을에 도착했다.

극적인 상봉의 순간. 친구와 나, 라이언은 서로 얼싸안고 머나먼 타지에서 만남을 축하했다. 라이언은 우리를 그가 머무르는 집에서 1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다른 친구의 집으로 안내했다. 집 안에서 맥스라는 곱슬머리를 한 귀여운 프랑스 남자가 나와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맥스의 페라리라고 직접 이름 붙인 다 쓰러져 가는 차를 타고 저녁 겸 술 한 잔을 위해 바(Bar)로 이동했다. 바에 도착하니 라이언의 친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맥주 한 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바의 주인은 장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지 나에게 너의 취향을 모르니 추천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당황했지만 그냥 도수가 좀 높은 걸로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되레 도수가 낮은 걸 추천해준다. 맛은 생각보다 더 없었다.

조금 기분이 상해서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지만 이내 단지 무뚝뚝할 뿐 마음씨 좋은 아저씨임을 알게 되었다. 믿기 어렵지만 라이언은 그 무뚝뚝한 아저씨로부터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훈제연어도 공짜로 얻었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밤은 깊어만 갔다. 바에서 술이 얼큰하게 취한 우리는 맥스의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캠퍼밴이 맥스의 집 밖에 있었지만 캠퍼밴에서 자지는 않았다. 가을인데도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맥스의 집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잠이 들기 전 마지막으로 맥주 한 잔을 더 마시고 내일 10시 아침식사를 약속하며 라이언은 집으로, 그리고 우리는 맥스의 집 거실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우리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11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긴 문자 메시지. 라이언이 집에 왔을 때 차마 자고 있는 우리를 깨우지 못해서 그냥 떠난다고.

   

그렇게 라이언은 우리보다 일찍 다른 친구들과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행을 시작했고 우리는 그들보다는 조금 늦은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번쯤 더 우연히 만나게 되리라 기대했지만 우리의 만남은 트위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인도에서 처음 만난 인연이 한국, 뉴질랜드에서도 이어지는 걸 보면,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다시 만나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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