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권리다] 도지사 후보자 문화공약 검증

경남도지사 후보 3명(새누리당 홍준표·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통합진보당 강병기)이 지난주 문화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에 후보들의 공약을 심층 분석·검증했다.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했다. 이미 시행 중이거나 공론화된 사업을 재탕·삼탕하거나, 일부만 고친 '판박이 공약'이 수두룩했다. 실현 가능성이 의문인 선심성 공약도 있었다.

재탕·삼탕 수두룩

홍준표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작은 영화관 설치 확대(도내 극장이 없는 10개 시·군에 영화관 건립) △공공도서관 통합도서서비스 구축(회원증 하나로 도내 도서관 책 대여) 딱 두 가지다. 양적으로도 부실하지만 더 큰 문제는 둘 모두 어디서 베껴온 사업이라는 데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말까지 22곳의 작은 영화관을 개관·운영할 예정이다. 2014년 현재 작은 영화관은 전북 장수군 등 5곳에서 운영 중이며, 경남의 경우 남해군이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광역특별회계+지방비)으로 올해 12월 중 건물을 완공해 영화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작은 영화관 사업은 '설립에만 급급하고 운영은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공공도서관 통합도서서비스 구축도 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전국 공공도서관 868개관 대비 34% 수준, 2018년까지 전국 공공도서관 50% 이상을 통합도서서비스할 계획이다.

   

홍준표 후보의 문화공약은 전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에 '무임승차'하고 셈이다.

김경수 후보의 △'가야 역사 문화권사업' 국책사업 추진도 국토교통부에서 펼치고 있는 사업과 중복될 우려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0년 '가야문화권 특정지역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경남 거창·합천·의령·창녕, 대구 달성, 경북 고령·성주 7곳을 대상 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는 함안군을 추가로 지정해 현재까지 8곳에서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기반조성 중이다. 금관가야의 중심지인 김해는 봉황동유적·대성동고분박물관·김해박물관 등 비교적 개발이 잘 이루어져 있어 제외됐다.

강병기 후보의 공약도 특별한 것이 없다. △마을권 문화공간 조성(지역기반 동네예술창작소 설치 등)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주민 주도형 생활권 단위 문화공동체 활성화 사업인 '문화우물사업'과 유사하다. '동네예술창작소'는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사업과 심지어 명칭까지 똑같다.

△지역 기반 문화활동 확대 지원(우리동네 예술장터 조성지원 등)도 진주 골목길 아트페스티벌 등 다른 지역 사업을 벤치마킹한 수준이다.

△통영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도 이미 통영시가 추진 중이다. 통영시는 2016년 가입을 목표로 지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음악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도시, 통영'이라는 주제로 관련 초청 좌담회를 열기도 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에서 김경수(가운데)·강병기 경남도지사 후보가 손을 잡고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공약(公約)이 공약(空約) 될까

그나마 다른 후보와 비교해 양적·질적으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사람은 김경수 후보다.

김 후보는 경남 문화예술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파악한 듯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문화예술 예산 도 전체 예산 대비 2%(현재 0.64%)까지 확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단계적 분리 독립 △경남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확대 및 복지 향상(지역별 소규모 공간 확충, 경남예술인복지재단 설립)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적지 않은 재정이 필요한 공약이 많은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김 후보는 공식 공약화는 안했지만 연간 최대 1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도립예술단 창단도 '적극 검토' 입장(경남도민일보 5월 14일 자 보도)을 밝힌 바 있다.

김 후보는 또 교육·복지 등 다른 분야에서도 '취약전 아동 의료비 전액 지원',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어르신 명절 효도수당 지급' 등 예산 규모가 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분리·독립 공약 역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남도는 지난해 7월 '예산 절감'과 '시너지 효과'를 명분으로 경남문화재단,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을 통폐합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을 출범시켰다. 당시 각 분야의 고유성과 전문성을 무시한 횡포라는 비판이 많았던 만큼 원칙적으로는 독립이 맞을 수 있으나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사회적 갈등과 행정상 혼란이다.

진흥원 내부 관계자는 "진흥원이 만들어진 지 1년도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또다시 진흥원을 단계적으로 분리한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다"면서 "예산 절감과 시너지 효과 등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나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지사 후보들의 공약을 총평하면, 홍준표·강병기 후보는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최악이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고민과 요구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김경수 후보는 50점 정도는 줄 수 있지만 현실을 고려치 않고 급한 대로 이것저것 내놓은 듯한 인상이 짙다. 홍준표·강병기 후보처럼 무성의한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무책임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려 144개 공약을 내세웠으나 이행률은 단 6%(2012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조사)에 그쳤던 김두관 전 지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의 우선순위, 구체적인 이행전략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제1탄 [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경남 5대 의제]

(1) 문화예산 확대
(2) 지역문화재단 특성화 
(3) 문예기관 역량·권한 강화 
(4) 젊은 예술인 지원 대책
(5)도시재생 프레임을 바꾸자

제2탄

[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문화예술단체에 듣다]

[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경남도지사 후보자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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