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16) 충청북도 보은군 펀파크

일상생활에서 생긴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제작하는 미술인 '정크 아트(Junk Art)'.

지구를 위협하는 각종 고철과 자동차 타이어 등 폐기물들이 로봇은 물론 동화 속 세상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 여기에다 소소한 놀이기구까지 보태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으로 떠났다.

속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충북 보은의 펀파크(충북 보은군 보은읍 보청대로 1414).

매표소에는 자동차 사이드미러와 각종 고철로 조합된 트랜스포머 보이저 스타스크림이 인상 좋은 눈빛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발길이 멈춘다. 하마, 너구리, 토끼, 슈렉까지 동화 속 동물들이 환영인사를 건넨다. 각종 고철의 조합이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한결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차가운 고철이 내뿜는 따뜻함이라니.

펀파크

하늘 위에서 괴성이 들린다. 펭귄 모양을 한 집라인 탑승장에서 집라인을 타고 전망대로 날아가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다.

하늘을 가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우선 '아트갤러리 O'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는 동안 잔디밭에는 폐품을 이용한 작품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여의주를 품은 흑룡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오를 듯하고, 화가 난 듯한 표정의 킹콩은 은빛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을 곧추세우고 시선을 사로잡는다. 새끼까지 품은 캥거루와 거대한 곤충 등 모두 고철로 탄생한 작품들이다.

'아트갤러리 O'는 우주와 지구 환경을 주제로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오대호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오대호 작가는 타이어, LPG 통, 볼트와 너트 등을 이용해 미술작품을 만드는 에코아티스트다.

'체험되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철학이 반영된 전시 공간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에코 아트관'과 소리와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로 구성됐다.

에코 아트관 속 동화나라는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걸리버 여행기와 신데렐라, 백설공주와 효녀 심청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각각의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

펀파크

밧줄로 꽁꽁 묶인 걸리버 몸 위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는 병정부터 무언가를 명령하는 듯한 긴장한 표정의 왕과 왕비의 모습도 보인다.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 두 손을 곱게 모으고 기도하는 심청이, 사과를 베어 먹고 쓰러진 공주와 그녀를 나무 뒤에서 몰래 지켜보는 마녀까지 동화 속 캐릭터가 금방이라도 말을 건넬 것 같다.

숨은그림 찾기처럼 각각의 작품마다 하나의 미션도 마련해 작품을 더욱 자세히 관찰하라고 부추긴다.

끝 간 데 없이 높은 천장 속 우주와 그 아래로 우주선이 내려왔다. 박수 소리에 형형색색의 조명이 반짝이고 사람이 지나가는 걸 눈치 챈 로봇 메롱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환영의 몸짓을 전한다.

수학체험

못으로 만든 개와 강철 톱니바퀴가 이리저리 조합된 스타워즈의 외계인들까지 어떻게 만들었을까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쑥 뺀다.

다시 밖으로 나오면 놀이동산이다.

미끄럼틀 하나도 허투루 만들어 놓지 않았다. 고래 뱃속을 지나야 미끄럼틀이 나오는 요나 물고기는 물론, 애벌레 입으로 빠져나오는 미끄럼틀 등 늘 타던 놀이기구도 이곳에선 특별한 선물이 된다.

펀파크의 또 다른 재미는 수학체험이다. 유료와 무료 체험으로 나뉘는데 유료 체험은 1일 2회(오전 10시, 오후 2시) 1시간씩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무료 수학체험은 야외에서 이뤄지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리를 통과하면서부터 만날 수 있다. 못과 같은 연결 부품 없이 만든 레오나르도 다리를 통과하면서 목재를 어떻게 얹어 서로 연결했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다.

펀바이크

네모바퀴 자전거가 굴러갈 수 있는 원리와 주판의 원리도 살펴보고, 구구단을 손가락으로 배워보는 등 모두 체험과 함께 이뤄진다.

너른 잔디밭 위에 펼쳐진 상상의 세계에는 따뜻한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세상과 동떨어진 과분한, 평화로운 세상이다.

입장료 7000원. 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1600-7175.

'아트갤러리 O'와 폐타이어로 만든 흙룡(오른쪽).
백설공주
'아트갤러리O'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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