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여수·고정마을 송전탑 설치 합의에 반대주민 반발

밀양 초고압 송전탑 공사를 진행 중인 한국전력이 송전탑을 반대해온 2개 마을과 추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밀양시 상동면 여수·고정마을이 한전과 합의함에 따라 765㎸ 송전선로 경과지 마을 30개 가운데 합의 마을은 27곳으로 늘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한전의 추가 합의 발표에 대해 '한전의 막장 합의시도'라고 규정하고 "송전탑 경과지 모든 마을공동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북면 평밭마을, 상동면 고답·모정마을 등 3곳은 여전히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단장면 101번, 상동면 115번, 부북면 127·129번 철탑 현장에 움막을 지어놓고 송전탑 반대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는 "송전탑 공사가 국민 모두를 위한 공익사업이라는 점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었기 때문에 합의가 가능했다. 합의마을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아직까지 합의하지 않은 3개 마을과도 진심어린 대화를 지속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여수·고정마을 합의 과정에서 주민대표성, 주민이 아닌 이들에게도 합의 등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주민들 중에서도 한전에 제출된 주민대표 5인 존재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어떤 절차로 대표체로 구성됐는지 절차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이 지난 13일 공사중지가처분 준비서면으로 법원에 낸 자료를 보면 상동면 여수마을 개별보상 합의는 전체 95가구 중 25가구에 불과했다. 고정마을은 92가구 중 8가구만 합의했다. 그런데 불과 8일 사이에 어떻게 주민 과반 서명을 받아서 마을 전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는지, 어떤 공작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고정마을의 경우 실제 거주하지 않고 국민연금·건강보험 혜택을 위해 주소를 옮겨둔 외지인, 실제 거주하지 않는 빈집 등 모두 27가구가 주민등록법상 주민으로 포함될 수 없는 가구"라며 "이들까지 가구수에 포함해 합의서에 서명을 받아 합의율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번에 한전이 합의했다고 밝힌 고정마을은 지난해 송전탑 공사 때문에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74) 씨가 살던 곳인데 유족들은 한전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대책위는 "어르신 장례도 아직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 한전과 일부 주민들이 나서서 이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전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더라도 경과지 2206가구 중에서 보상에 합의하지 않은 주민이 374가구이다. 한전은 더 이상 치졸한 방식을 택하지 말고 미합의 주민들과 대화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밀양 30개 마을공동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나서 생겨날 분란과 주민들의 상심, 남은 생애 그들을 괴롭힐 분열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겠다는 말인가"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공사를 재개한 이후 밀양시 단장·부북·산외·상동면 52기 송전탑 가운데 46곳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단장면 고례리 81번 철탑부터 구천리 87번까지 전선 설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청도면 철탑 17기는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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