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현대자동차-대한항공전이 열린 3일 대전충무체육관.

1세트 24-21로 앞서던 현대차 선수들은 안종택 주심이 세터 진창욱에게 네트터치 범실을 주자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때 강만수 감독은 벤치에서 나와 자제할 것을 지시했고 경기는 곧바로 이어졌다.

2세트에도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안 주심이 0-0에서 이번엔 `다혈질' 이인구가 네트를 건드렸다고 판정, 또 선수들을 `자극'했지만 “그만해라”는 강 감독의 한마디에 경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매끄럽게 속행됐다.

`신진식 욕설 파동'을 계기로 180도 달라진 코트의 모습이다.

슈퍼스타 신진식(삼성화재)이 한치의 혀로 망신을 당한 뒤로 감독들끼리 밀약이라도 한 듯 코트에서 툭하면 일어났던 판정에 대한 항의소동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선수들 사이에 `다음에 걸리면 끝장이니 조심하자'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탓도 있지만 이보다 가뜩이나 인기가 떨어진 배구판을 판정시비로 깨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코트 소란을 잠재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심판들도 `신진식 파동'으로 몸살을 앓은 이후 크게 변한 느낌이다. 오심에 이은 봐주기가 없어졌고 항상 시비거리가 되는 터치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돋보기 들이대듯 꼼꼼하게 공 끝을 따라잡는 모습이 역력했다. 심판을 지낸 이한구 배구협회 경기이사는 “선수가 경기중의 더티 플레이로 징계를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라 배구를 살리려는 몸짓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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