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하수오

마산대학교 한약재개발과 옥상에 가면 지난 가을 산야를 장식했던 푸른 생명들이 옹골종골 솟아나 나날이 무성해지는 생동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먼지처럼 작은 씨앗들을 뿌리며 이게 될까? 산 숲에서 싹을 틔우던 이 놈들이 발아가 될까? 모두들 반신반의하며 파종을 했었습니다. 물을 주고 그 흙 속의 기미를 살피며 기다린 지 2~3주 지나자 하나씩 기미가 보이고 싹이 오릅니다. 층꽃풀, 꿩의비름, 도라지. 하수오…. 산 속의 어떤 꽃씨라도 이렇게 다 싹을 틔울 수 있느냐고 종달새처럼 묻는 내게 교수님은 "그걸 우리 과가 해나가야 할 일"이라며 즐거워 하십니다.

하수오, 전국이 건강 방송에 빠지고 사람들은 등산 대신 곡괭이 들고 약초 산행을 하는 러시가 일상의 문화가 되어버린 지금, 하수오는 이제 산삼만큼이나 귀한 약초가 되어버렸습니다. 수년전 만 해도 산 속에 가면 더러 보이던 하수오가 사라져가는 걸 보며 곧 보호식물로 변해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산 속에 아름답게 피어 있던 산도라지·잔대·더덕…. 보이는 대로 캐가는 사람들로 인해 사라져가는 우리 들꽃, 약초들이 수도 없이 늘어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져가던 이때에 야생 하수오가 고스란히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뻤습니다.

옥상에서 재배하는 하수오. /박덕선

마디풀과의 다년생 덩굴풀 하수오가 얼마나 좋은 약재인지는 어른이라면 모르는 사람 없는 우리 식물입니다. 흰 머리카락도 검게 한다고 지어진 이름 하수오(何首烏), 대표적인 강장·강정제이기도 하지만 근골산통·유정·자궁 출혈· 갱년기 장애·폐병까지 치료한다는 영약입니다. 뿌리뿐만 아니라 잎도 창종·개선·나력을 치료하는 데 쓰며 환부에 잎을 찧어 바르면 효과를 보인다고 하네요. 이 하수오가 우리 산야 가득 퍼져서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이뤄지는 현장에 서서 우리 한약재의 보존과 토종 약초들의 보호, 육성, 재배 그리고 공존이 우리가 그 귀한 약효를 누리며 함께 공존하는 길을 한약재개발과 학생들이 찾아나서고 있습니다. 야생 약초들의 씨앗을 채취해 발아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여 중국산에 의존하던 우리 산약재의 국산화도 건강제일 시대를 맞이하는 데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무성한 오월의 산 언저리에 저만치 피어 있던 온갖 들꽃들과 함께 정서적 행복과 육체의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힐링의 숲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보호와 보존을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약초꾼들로 몸살을 앓던 산들이 이제는 산나물 채취마저도 신고제나 허가제로 바꿔야 하는 더 큰 위기를 맞기 전에 토종 약재 재배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자연 속에서 건강을 찾고 함께 누리는 공존이 가능해집니다. 옥상 위의 작은 생명들 앞에서 가슴이 벅차지는 까닭입니다. 이 하수오가 가득 잘 자랄 수 있도록 숲에 그 자리를 찾아 줄 것입니다.<끝>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대표)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