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만드는 사람들] (1) 손창환 도농업기술원 ATEC 운영팀장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한 지 2년이 됐다. 그동안 경남에서 열혈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고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70명의 강소농을 만났다. 이쯤에서 그들을 강한 농업인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강소농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서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을 방문했다.

보통 네덜란드라고 하면 튤립이나 풍차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강소농으로 이름 난 사람이라면, 선진 농업에 관심이 있는 농민이라면 다르다. 지역 강소농에게 네덜란드는 시설 원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가진 유리온실의 나라이다.

오래전 우리나라는 일본 농업 기술을 받아들였지만, 어느 틈에 그 자리를 네덜란드 등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농업인들은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유럽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런데 그 유럽, 네덜란드가 진주의 도농업기술원 안에 있다. 바로 유럽형 첨단 교육시설인 대형 유리온실 ATEC(에이텍·Agriculture Technology Education Center)이다.

도농기원 미래농업교육과 ATEC 운영팀 손창환(사진) 팀장에게 ATEC의 모든 것을 들어 봤다.

- ATEC이란 어떤 곳인가.

"ATEC은 아시아 최초 유럽형 시설원예 실습 첨단 농업 교육장으로, 지난 2009년 개관했다. 약 80억 원(국비 50%)을 투입해 1만 8000㎡(5500평) 규모로 만든 이 시설은 이론교육장 1850㎡, 벤로형(네덜란드형) 실습온실 8150㎡, 선별장, 양액실습장 등과 같은 첨단시설 외에도 최신 시청각 교육장, 강당, 강의실, 세미나실을 비롯해 숙박 가능한 생활실과 분임 토의실 등의 연계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ATEC은 저탄소 지열냉난방 시설을 갖춰 난방비를 80%가량 절약하고 있으며, 순환식 양액 재활용으로 환경 보호는 물론 양액 값을 30% 절감하고 있다."

ATEC에서 양액재배 중인 토마토. /이원정 기자

- 어떻게 만들게 됐나.

"최고의 선진 농업 기술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농업인들이 네덜란드로 교육을 갔다. 그러면 1인당 400만~500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다, 매번 다른 사람이 교육을 가는 바람에 깊이 있는 교육이 되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ATEC을 만들고, 네덜란드 PTC+ 등 해외 농업교육·컨설팅 회사 9개사와 MOU를 맺어 뛰어난 전문 강사가 한국으로 와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해외 전문가 초빙 교육은 어떤 효과가 있나.

"연간 2500명이 교육받음으로써 900만 달러의 해외 연수 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다. 또 9박 10일 정도 해외 연수를 가면 그 기간은 고스란히 농사에 지장을 준다. 하지만 이곳에서 교육하면 아침저녁, 휴일 등에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생업에 지장도 덜 받는다."

일본 수출을 위해 토마토를 수확하는 모습. /이원정 기자

- ATEC에서는 어떤 작물이 자라고 있나.

"시설 재배를 할 수 있는 모든 작물을 키울 수 있다. 현재는 파프리카·토마토·딸기·가지·오이·호박·고추를 키우고 있다. 파프리카의 경우 50여 개 품종을 실험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재배 방법도 10종 정도 실험 중이다. 올해의 해외 신품종을 먼저 재배해보고 농가들이 내년에 어떤 품종을 재배하는 게 나을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가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신품종이나 재배 방법을 실험해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여기는 기관이고 교육시설이므로 가능하다."

- ATEC이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하던데.

"유리온실 실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 국내 최고 수준이다. 외국은 교육용 온실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일반 농가와 비슷한 규모로 만들어 주요 작목에 대해서는 ATEC에서 직접 생산력 검증 등 농가에서 어떤 애로를 겪을 수 있는지 실험한다. 또 여기서 직접 육묘부터 생산은 물론 수확과 선별, 수출까지 하고 있다. 단순히 생산 실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농사를 짓는 것이다. 육묘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농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교육 시설을 갖추고자 했다. 즉 현장 적용형 실용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ATEC은 국내보다 네덜란드에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도농업기술원 ATEC 외부 전경. /도농기원

- 일본에서도 벤치마킹을 많이 온다는데.

"체험 교육장 운영으로 연간 1만 명이 벤치마킹 등을 위해 견학 온다. 일본에서도 연간 견학생이 500~600명 온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가 배우러 갔는데 상황이 역전됐다. 일본과 중국에서 교육 요청을 하기도 하지만, 국내 교육에 한정하고 있다. 이 시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나라 대표 원예실습장으로 지정해 운영, 위탁교육 4과정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충청북도, 경상북도, 전라도, 경기도 등에서 ATEC을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 국내 최초로 경남에 이런 시설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수출 때문이다. WTO 협정 등으로 시장 개방 후 경남의 농업 정책은 수출 농업으로 나아가자는 경남도의 의지, 방침이 있었다. 공격형 농업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세계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시스템, 교육이 필요했고, 벤치마킹 대상을 일본에서 유럽으로 변경했다. 수출을 가장 잘하는 나라인 네덜란드의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경남에 ATEC을 짓게 됐다. 네덜란드는 시설원예 유리온실 세계 1위 국가이다. 세계 시장에 출하할 수 있는 규격, 안전성 등을 갖춘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ATEC 교육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 ATEC의 교육 효과는.

"엄청나다. 교육 이수 농가의 3.3㎡(1평) 수확량이 파프리카는 30㎏에서 75㎏으로 2.5배, 토마토는 35㎏에서 120㎏으로 3.5배 늘어났다. 그만큼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를 꺼리던 지역에서 한 사람이 이 교육을 받고 시설을 갖춰 생산성이 높아지면, 주위에서 잇달아 도입하는 사례가 많다. 경남 농업 수준도 많이 업그레이드됐다. 이전에는 네덜란드 농업의 40~50% 수준이었는데, ATEC 운영 후 지속적인 교육으로 현재는 85% 수준까지 왔다고 평가한다."

손창환 도농업기술원 ATEC 운영팀장./이원정 기자

- 첨단 시설인 유리온실 보급이 목표인가.

"아니다. 이곳은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시설 원예 자재를 만드는 기초산업 업자들이 이 시설을 보고 벤치마킹해야 한다. 유리온실은 시설원예 중 가장 생산성이 높은 시설이다. 하지만 시설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닐 온실이 많다. 비닐 온실에 유리온실과 유사한 환경을 갖춰 생산성을 높이면 우리나라는 비닐온실 수출 국가가 될 수 있다. ATEC에서 교육받은 농민들은 비닐 온실 측고(높이)를 높이고 있다. ATEC은 측고가 6m로 높아 환경이 좋다. 보통 비닐온실은 3~3.5m인데, 경남은 4~4.5m로 많이 짓고 있다. 비닐온실로 유리온실 환경과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면 농산물을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시설 원예 자재도 중국 등으로 수출 가능하다. 이를 위한 모델이 되고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이 ATEC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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