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창원 창동 행사서 시민과 충돌…참가자·학생들 "씁쓸"

딱히 주최 측이 정해진 촛불 모임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달 17일부터 몇몇 시민들이 SNS를 통해 '창동에서 모이자'는 제안을 공유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이 저변에 흘렀고, 그리고 분노가 표출됐으며,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질타로까지 이어지며 촛불 모임은 하루도 빠짐없이 창동 사거리와 아고라 광장 등에서 이어졌다. 특정 단체가 이 모임을 이끌지도 않았으며, 시민들과 학생들은 자유롭게 서명운동도 하고 촛불을 밝혔으며 침묵 행진을 하기도 했다. 많을 때는 300여 명의 시민들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창동 사거리의 상징성은 그렇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난 17일 저녁에도 창동 사거리에는 어김없이 촛불이 타올랐다. 그런데 사달이 발생했다. 자신을 '창동 상인'이라고 밝힌 한 사람이 서명대를 철거하라고 반 명령 조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이 상인은 "장사하는 데 지장이 있다.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 지금이 국상이냐. 대통령이 죽어도 한 달 동안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일원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마산시민 촛불행사장에 창동 상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시민(하늘색 상의 입은 사람)이 찾아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촛불행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그리고 이어서 송명종 창동상인회장까지 등장해 "매일 저녁마다 (촛불 모임을)하니까 매출이 떨어진다. 슬픔은 각자의 마음에 묻어두고 진상규명은 정부에서 하는 것이고, 장사는 장사대로 해야 되지 않느냐. 창동이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언쟁이 벌어졌다. 촛불모임에 참가한 시민들이 "창동이 상인들만의 땅이냐. 시민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의 뜻을 밝힐 수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날 처음부터 촛불 모임을 저지하려 했던 상인은 "우리가 싫어하면 하지 마!"라고 고함을 질렀다. 시민들이 "여기는 시민의 땅"이라고 외쳤지만, 창동상인회장과 함께한 이 상인은 "다른 곳으로 가라, 왜 창동에 오느냐"고 맞대응했다.

이 상인은 촛불 모임을 해산시켜 달라고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는 등 소동을 이어갔지만 결국 촛불 모임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시민과 학생 200여 명은 침묵 촛불 행진을 한 후 창동 아고라 광장에 모였다. 창동 사거리에서 벌어졌던 소동 때문인지 '어른'들은 입을 다무는 분위기였다.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창동 사거리 소동'에 대해 한 '어른'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최명(42) 씨는 "그나마 마산과 창동이 살아 있는 게 3·15 때문이다. 이 아이들 앞에서 자기들 먹고살겠다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창피하다. 자신들 가게 앞에 더 큰 리본을 달고 더 큰 촛불을 켜는 게, 그게 마산이고, 그게 창동이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창동을 살릴 수 있나. 답답하다"고 말했다.

송명종 창동상인회장과 상인회 소속 한 상인이 촛불 모임을 자제해 달라며 소동을 벌였던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촛불 모임이 끝난 후 한 상점에서 만난 상인회 소속 상인은 "저녁 7시만 되면 손님이 없어서 문 닫고 집에 가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모여야 창동이 살지, 참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의견 조율을 해야 하는 상인회장이 촛불 모임을 방해하는 상인에게 동조했던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상인회가 이러면 오히려 더 장사가 안될 수도 있다. 머리 아프다"고 개탄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송명종 창동상인회장은 18일 전화통화를 통해 "창동상인회 차원에서 했던 일은 아니다. 장사에 타격이 있다는 상인의 마음도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촛불모임이) 장기화되면서 상가 전체적으로 생기가 없었다. 애도하는 마음을 가슴에 묻고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도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려 최다 인원이 모였다. 같은 날 오후 4시 별도 집회를 한 도내 학교비정규직 노조원이 결합해 460여 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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