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15) 전북 익산 교도소 세트장

잿빛 시멘트의 높다란 담장, 세상과 단절을 선포하는 듯한 두꺼운 철문, 평범한 이들에겐 금단의 공간 같은 교도소.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끼익. 차디찬 쇠와 쇠가 부딪친다. 교도소 철문을 넘었다. 살짝 뒷목이 서늘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모퉁이마다 망루가 세워진 무채색의 경계를 넘고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초록의 잔디와 푸르디 푸른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건조한 글씨에 둘러싸인 차디찬 담장 안, 딱 그만큼의 하늘과 땅이 허락된 곳으로 들어갔다.

전북 익산에 자리한 교도소 세트장(전북 익산시 성당면 와초리 154-4). 비록 세트장이기는 하나 왠지 철문이 닫히면 잠시나마 세상과 고립될 것 같다.

익산 교도소 세트장 입구

익산 교도소 세트장은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려고 만든 국내 유일의 영화 촬영용 교도소다.

시작은 지난 2005년 이성재 주연의 영화 <홀리데이>를 촬영하면서부터다. 탈옥 사건을 모티브로 하다 보니 영화의 주된 촬영 장소가 교도소였고, 이에 익산시와 영화제작사가 함께 세운 곳이 바로 현 세트장이다.

교도소 장면이 나오는 웬만한 작품은 거의 이곳에서 촬영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감방 입구

<사랑을 놓치다>(2006), <거룩한 계보>(2006), <타짜>(2006), <해바라기>(2006), <오래된 정원>(2007), <식객>(2009), 그리고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2013) 등 영화뿐만 아니라 <태양을 삼켜라>, <수상한 삼형제>, <노란 복수초>, <남자이야기>, <맨땅에 헤딩>, <더킹 투 하츠> 등 수많은 드라마가 촬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폐교된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를 교도소 세트장으로 리모델링했다는 것이다. 교도소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철조망이 둘린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등학교의 정취가 아직 남아 있다. 너르디너른 운동장 역시 초등학교의 흔적이기도 하다.

면회실 내부

이제 면회실과 취조실, 수용시설로 구성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쇠창살 아래 작은 창문으로 비집고 들어온 한 줌 햇볕만이 허락된 곳.

문이 열려 있는 곳은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문이 닫힌 곳을 억지로 열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에 괜스레 긴장된다.

사방이 쇠창살과 차디찬 철문뿐이다.

'양보는 미덕을 낳고 주먹은 후회를 낳을 뿐이다', '보행 중 잡담금지', '일은 지루함과 잡념, 그리고 가난을 멀어지게 한다', '반성하는 삶의 자세' 등 곳곳에 걸린 교정 표어와 경고 문구를 읽자니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특유의 엄숙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1층은 독방과 취조실, 면회실로 구성돼 있다. 창문 하나 없는 독방은 괜스레 그 안으로 발을 디디기가 겁이 난다.

2층 계단에 올라서면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수용 시설이 나란히 이어져 있다. <7번 방의 선물>에 나왔다는 방도 2층 중간 즈음에 개방해 놓았다.

종이상자 속에 숨어 교도소로 배달되었던 예승이의 모습과 아빠 용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일반인에게는 금지된 곳, 인상깊이 본 영화나 드라마의 추억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곳, 이색 추억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월·화는 휴무. 문의 063-859-3836.(영화 촬영이 있는 날은 관람이 불가할 수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문의한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인근 볼거리-웅포관광지>

익산교도소 세트장에서 10분여를 달리면 웅포관광지가 있다. 탁 트인 금강의 절경과 서해 7대 낙조의 하나로 꼽히는 노을이 유명한 웅포 곰개나루.

먼 옛날, 금강은 충청도와 전라도 내륙까지 물자를 실어 나르던 중요한 뱃길이었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뱃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포구가 생기고 마을도 들어섰다.

웅포관광지

웅포 역시 뱃길 따라 생긴 포구로 웅포의 옛 지명은 곰개나루다. 마치 곰이 강물을 마시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지금은 캠핑장으로 더욱 유명하지만 덕양정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금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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