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창원 이엠코리아(주) 최진영 에너지사업부장

세월호 참사는 안전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던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싹트는 분위기인데, 특히 참사 이후 선박 구조나 운영 문제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선박 평형수도 그 중 하나다. 화물 과적과 평형수 부족이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형수는 이름처럼 배 안 밑바닥에 바닷물을 실어 배가 바다에서 움직일 때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해준다. 평형수가 균형을 잡아 배가 뜨므로 사고가 난 경우에도 복원성이 높다고 한다. 배가 뒤집히지 않고 원래 뜬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선박 안전을 위해 실리는 평형수는 환경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출발해 우리나라 어느 항구로 도착한 배가 있다고 가정하자. 출발 당시 배에 바닷물을 실었다면, 우리나라에서 싣게 되는 화물량에 따라 기존 평형수를 바다에 버리기도 한다. 이러면 기존 평형수 안에 있던 미생물 등이 우리나라 바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런 과정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가 약속을 했다. 평형수를 싣고 와 다른 곳에서 버릴 때는 미생물 등을 최대한 없앤 채 버리자는 합의다.

그렇다면 평형수 안 미생물 등을 어떻게 없앨까. 선박 평형수 처리시설을 만드는 업체가 가까이에 있다. 창원시에 본사를 둔 이엠코리아주식회사다. 이곳 최진영 에너지사업부장을 만나 선박 평형수 개념과 평형수 처리시설의 원리 등을 들어봤다.

◇선박 평형수란? = 밸러스트(ballast). 사전을 보면 '흘수(吃水·수선(waterline)과 선체 가장 깊은 부분의 수직거리, 배가 물에 잠기는 깊이)와 트림(trim·배의 앞뒤 경사)을 조절하려고 배 하부에 싣는 중량물'이라고 나온다.

보통 선박 평형수를 일컫는 단어이지만, 물뿐만이 아니라 돌이나 모래 등도 함께 쓰일 수 있다.

"배가 물건을 실으면 무게 때문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사람들은 배가 철판으로 만들어 무겁다고 생각하지만, 바닷물에 띄우면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뜬다. 빈 배는 그 안에 물을 채워 추진 장치인 스크루(Screw)가 잠길 정도로 적당히 가라앉게 하는데, 이때 평형수가 역할을 한다." 최 부장의 설명이다.

평형수는 어디에 실릴까. "세월호 참사로 평형수 이야기가 나온 이유가 있다. 배 측면과 하단부는 이중 격벽으로 돼 있어 밸러스트 탱크처럼 작용한다. 이것이 선수부터 선미까지 여러 개로 나뉘어 구역도 정해져 있다. 펌프로 바닷물을 퍼올려 탱크에 채우는데, 배를 가라앉히거나 띄울 때 밸러스트를 조절하는 것이다."

선박 평형수를 조절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이를테면 좌현과 우현 탱크로 나뉘어 있으면, 배의 무게에 따라 탱크 수위를 조절하게 된다. 한쪽에 짐을 많이 실으면 이쪽에는 물을 덜 싣고, 반대편에는 물을 더 채우는 형식이다. 또 선수 쪽이 짐 때문에 무거우면 선미 쪽에 물을 실어줘 말 그대로 평형을 유지하게 한다."

이엠코리아 최진영 에너지사업부장이 선박 평형수 처리 설비 가운데 핵심인 전기분해장치 앞에서 평형수 살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평형수에 관한 약속 =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있다. 항로, 교통규칙, 항만시설 등 세계 해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나 법률문제 등을 통일하려고 만들어진 곳이다. IMO는 2004년 회원국이 협약을 맺었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나라를 옮겨다니는 배에는 평형수 처리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자는 내용이다.

연간 50억 t 이상 평형수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데, 물벼룩, 독성조류, 콜레라균 등 유해생물과 더불어 7000여 종 해양생물도 함께 옮겨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형수 처리설비를 갖추면 유해생물이 해양 생태계를 해치는 문제를 막거나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간단한 예로 황소개구리 같은 국내에 없던 새로운 생명체가 들어오면 우리나라 생태계에 변화가 생긴다. 먹이사슬 구조가 바뀌는데, 바다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에 있던 바닷물을 가지고 미국에 가서 물을 빼낼 때는 생명체가 같이 나가게 된다. 이러면 생명체의 다양성을 축소하고, 해양 자원은 줄어든다. 우리가 즐겨 먹는 미역 등이 사라질 수 있는 문제다."

평형수 처리설비 의무화 조항이 이행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다. IMO에 30개 나라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들이 전세계 선복량(선박 적재능력)의 3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선복량은 33.8% 수준이어서 업계에선 내년 말 시행을 전망한다.

◇전기분해로 평형수 살균 = 평형수가 배 안 탱크로 들어가는 과정에 살균 장비가 장착된다. 이엠코리아는 이 장비를 생산한다.

2012년 양산을 시작했는데, 그해 8대를 납품해 매출 1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3척에 33대를 납품해 110억 원 정도로 무려 10배 성장을 이뤘다. 올해 생산 목표는 100대, 매출 금액으로 따지면 470억 원이다. 제품 이름은 'HiBallast'. 규격은 시간당 1000t에서 6000t, 7000t, 8000t 바닷물을 흘려보내면서 멸균할 수 있는 종류로 나뉜다.

평형수 살균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식당에서 컵을 살균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멸균 UV 등(lamp)이나 필터를 이용한다. 또 염소계 살균 성분을 쓰기도 한다. 별도 시약으로 공급할 경우 자루나 통에 담아와 배에다 투입할 수 있다. 아니면 바닷물 속 소금(NaCl)을 전기분해로 염소계 살균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는 것을 만든다. 탱크로 바닷물이 들어갈 때 이 성분을 투입해 멸균하는 과정이다."

필터로 일정 크기 이상의 미생물 등을 걸러주고, 찌꺼기는 세척 이후 처리한다. 핵심은 전기분해 장치다.

바닷물이 배관을 타고 들어오면, 이 중 100분의 1만을 끌어와 전기분해를 거쳐 고농도 살균 물질을 만든다. 이를 다시 배관으로 공급해 유해성 미생물 등을 멸균한다.

운항 중에 다 죽지 않은 미생물이 다시 번식할 수도 있는데, 잔류 염소가 이를 억제하기도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물도 일부 전기분해가 일어나 폭발성이 있는 수소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제거할 장치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잔류 염소가 다시 바닷물로 들어가면 생명체를 죽일 우려도 있는데, 배에 남아 있던 바닷물은 버리기 전에 중화제를 써서 중화시켜 내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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