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경남도지사 후보자에게 묻다

선거 때 후보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문화가 중요하다",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늘리겠다"라는 말을 합니다. 사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현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일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4월 초 지방선거 기획 1탄 '문화는 권리다-경남 5대 의제'와 2탄 '문화예술단체에 듣다'에 이어 세 번째 순서로 경남도지사 후보 3명(새누리당 홍준표·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통합진보당 강병기)에게 문화예술 정책의 주요 방향과 공약 등을 물었습니다.

◇문화는 소통, 사람, 행복이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있다. 자유로운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이 있다. 미국 정치학자 새무얼 헌팅턴과 로런스 E 해리슨은 <문화가 중요하다>(2000년)라는 저서에서 이를 결정짓는 것은 '문화'라고 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과거부터 꾸준히 어어져온 것이며 경제·사회·정치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도지사 후보자 3명은 모두 "문화는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세 후보자의 문화예술 정책 방향과 주요 공약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강병기 후보는 "도민의 의견을 직접 반영해 중장기적 문화예술 발전 전략을 세우겠다"며 기존 전문가 중심 문화정책 지양과 도민 참여형 공청회 개최 등을 제시했다. 다만 세부적인 구체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김경수 후보는 "문화예술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에 투자하는 문화예술 정책을 펼치겠다"고 정책 방향을 밝힌 뒤, 세 후보자 중 가장 상세한 공약을 내놓았다. △예산 대폭 확대 △사회적 기업 활성화 △경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활성화 △콘텐츠산업 육성지원센터 설립 △경남문화관광공사 설립 △경남예술인복지재단 설립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창단 지원' 등처럼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시민친화형 인프라 구축 △가야역사문화권 사업의 국가사업 추진 등이 그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문화경남을 5대 도정지표 중 하나로 삼고 문화를 통해 행복한 경남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그간 도정 운영 방향에 대해 밝히면서 △작은 영화관 확대(영화관이 없는 10개 시·군에 공공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영화관 만듦) △공공도서관 통합도서서비스 구축(카드 하나로 어느 도서관이든 쉽게 이용) 두 가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홍준표 "젊은 예술가 지원 정책 있다"

지난해 기준 경남도의 문화예술 예산 비율은 전체 예산의 0.64%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규모는 12위, 구성비는 14위였다. 특히 주민 1인당 문화예산은 최하위권인 16위에 그쳤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당면한 어려움으로 '문화예산 부족'을 예의 가장 많이 꼽고 있다.

후보자들에게 도 전체 예산의 몇 %를 문화예술 분야에 투입할 것인지 물었다. 김경수 후보의 답변만 '2% 수준'으로 뚜렷했고 나머지 두 후보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홍준표 후보는 그 이유에 대해 "문화예술 분야에 몇 %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량적 지표보다는 꼭 필요한 분야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고, 강병기 후보는 "문화예술 예산을 몇 % 편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문화예술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잘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 2월 현재 광역 지역문화재단 12곳 중 유일하게 경남만 젊은 예술가(혹은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이 없다. 젊은 예술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홍준표 후보는 이에 대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예술창작센터'나 도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 사업' '지역문화예술육성사업'을 예로 들며 젊은 예술가를 위한 사업이 있다고 반박했으나, <경남도민일보>는 이들 사업은 다른 지역처럼 젊은 예술가들만을 위한 특화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후보자들은 이구동성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뚜렷한 계획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지역의 젊은 예술 인재를 다른 시도에 빼앗기지 않도록 신규 사업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김 후보는 △국내외 문화재단의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 지역맞춤형 지원프로그램 개발 △지원 사업은 심사 기준이 엄격한 대신 선정 이후에는 자유로운 활동 보장을 내걸었다.

강 후보는 △기존 문화공간을 활용한 창조적 공간 마련 △문화시설 간 사업연계성 및 활동도 증대를 제시했다.

   

◇경남도립예술단 창단 필요하지만

경남도는 지난 2013년 '예산 절감'과 '시너지 효과 기대'를 명분으로 경남문화재단,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을 통폐합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을 출범시켰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그러나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수·강병기 후보는 도내 문화관련 출자·출연기관을 통폐합한 것에 대해 '도의 낮은 문화정책 인식 수준'(강병기), '홍 지사의 문외한적 시각'(김경수)을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단기적으로는 순수예술 지원과 콘텐츠산업 진흥과 같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래대로 조직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홍 후보는 두 후보의 비판에 대해 "아직 지역 예술인의 기대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이는 출범 초기 조직이 자리 잡아가는 기간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면서 "앞으로 예술인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경남만의 특색 있고 색깔 있는 정책을 발굴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꾸준히 화두가 되어온 경남도립예술단 창단에 대해선 세 후보자 모두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창단 의지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홍 후보는 "도민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도립예술단을 창단하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예산 대비 효율을 따져서 최선의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강 후보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메세나협의회 등과 협력해서 경남도립예술단 창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도에서 운영 중인 경남도민예술단에 대해서는 김·강 후보 모두 회의적으로 봤다. "경남도립예술단 창단 포기"(김경수) "예술인들 창작 의욕 저하"(강병기)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홍 후보는 이에 대해 "취임 후 예술단이 없는 지역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재정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방안에서 고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도지사의 지난 1년 반 동안 문화예술 분야 정책·행정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김경수·강병기 후보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통폐합 등을 예로 들며 "반문화적 효율만능주의 문화예술정책 행정"(김경수) "순수예술과 문화산업에 대한 무지와 불통행정"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홍 후보는 "문화예술 분야는 1년 만에 변화를 보이기는 어렵다. 도민의 보편적 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고품격 문화공연 관람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체 평가하면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효율적인 컨트롤타워' 설립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제1탄 [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경남 5대 의제]

(1) 문화예산 확대
(2) 지역문화재단 특성화 
(3) 문예기관 역량·권한 강화 
(4) 젊은 예술인 지원 대책
(5)도시재생 프레임을 바꾸자

제2탄 [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문화예술단체에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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