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정한록 경남도 산림녹지과장

새순과 잎은 푸름을 자랑한다. 5월엔 산이나 들이나 어딜 가든 짙어가는 생명을 만날 수 있다. 넓은 정원을 자랑하는 경남도청 앞마당도 아이들로 붐빈다. 아무 곳이나 돗자리를 깔아도 된다.

도청 면적 22만㎡ 가운데 잔디밭과 수목이 어우러진 땅이 절반에 가까운 10만㎡. 도립미술관, 경남경찰청, 경남도의회까지 모두 도청 정원이다. 부산에서 1983년 창원으로 옮겨온 지 31년째, 넓고 자랑할 만한 정원으로 자리 잡았다.

정한록(55·사진) 산림녹지과장을 만나 도청 정원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조경학과를 졸업한 정 과장은 1983년 조경기사로 일을 시작해 도청 이전 때 힘을 보탰다. 정 과장은 "청사 건설본부가 있었는데 먼저 와서 정원 조성 업무부터 했다"고 말했다. 87년 당시 임업직 9급 공무원으로 정식 공직생활을 출발했다. 도청, 산림환경연구원, 창원시, 함안군을 돌며 쭉 산림 관련 일만 해왔다. 창원시청에서 근무했을 때는 교육단지 앞 88올림픽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했다.

도청 정원을 빛내는 나무들은 100가지에 43만 그루나 된다. 잣나무, 소나무, 곰솔, 느티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아왜나무, 돈나무, 홍가시, 버드나무, 오동나무, 은행나무, 대나무, 측백, 치자나무…. 경남도 나무인 느티나무는 울창하다. 잘 다듬어진 나무들과 마음대로 가지를 뻗어 자연미를 뽐내는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정한록 산림녹지과장이 도청 정원 소나무 순 따기를 하며 송림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표세호 기자  

수목 관리는 기간제 노동자 11명이 맡고 있다. 온실관리부터 철 따라 수목관리에 계절마다 꽃을 새로 심는다. 3월부터 바빠진다. 가지치기, 소나무 순 자르기. 5월부터는 잔디 깎기 작업이 시작된다. 정 과장은 "한 그루, 한 그루 정성이 담겨 있다. 손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몇 년 전 외주업체에 관리를 맡겼다가 엉망이 돼서 다시 도가 직접하고 있다.

도청 정원은 조경과 면적에서 다른 자치단체 청사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정원뿐만 아니라 주차장도 넓은 편이다. 새 청사가 지어질 때만 해도 관용차가 60대뿐이었고, 직원 중에 자가용을 타고 다니던 이가 없었다. 정 과장은 "사람들이 이렇게 넓게 할 필요 있느냐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좁아서 문제다"고 했다.

도청 서편 뒤쪽에 자리 잡은 송림포도 유명하다. 도내 읍·면·동마다 보내온 도청사 이전 축하 소나무 220그루가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나무마다 어느 동네에서 왔는지 표시가 있다. 관치시절 공물 같은 흔적일 수도 있지만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

정 과장은 처음 조성할 때 직원들이 직접 작업을 했다고 했다. 이 가운데 63그루는 진주 이반성면에 있는 경남도 수목원으로 이사를 했다. 22그루는 바로 옆 도립미술관, 4그루는 경남도의회로 옮겨졌다. 도청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도청 연못가에 있는 배롱나무다. 370살이 넘었다. 합천군 봉산면 저포리 주민들이 합천댐 건설로 자신들이 살던 마을이 사라지게 되자 기증한 것이다. 이 나무가 도청에 옮겨진 날이 1984년 6월 8일. 저포리 우물가에 있는 나무를 헬기와 대형트럭으로 옮겨왔단다. 도청 앞마당에 옮겨와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과 수액을 맞기도 했지만 해마다 붉은 꽃을 피운다.

도청 마당에 잘 자란 나무들 가격도 어마어마하다. 지난 2012년 한국조경수협회 산정 가격을 적용해 조사한 결과, 오래된 배롱나무가 1억 원 등 모두 97억 원에 달했다.

도민 모두의 재산인 셈이다. 도청 정원을 많은 이가 즐기고 찾는 것이 그 값어치를 더 높이는 일이겠다. 정 과장은 "많은 사람이 와서 즐기면 좋겠다"고 했다.

도청 정원 신록은 바람에 흔들리고 햇볕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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