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루하루 정신없이, 내일에 대한 생각 없이, 오늘 당장 나에게 닥친 일을 해내기 급급한 날을 매일 보내고 있다. 육아에 살림에 치이다 보면 솔직히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간다.

그런 하루를 365일 매일 반복하고 있다. 놀러가고 싶다. 뭘 하고 싶다. 사고 싶다. 갖고 싶다. 생각만 많지 실천에 옮기진 못한다.

당장 생활비 걱정에 신랑 회사 휴가 날짜도 안 맞고 애들 나이도 어리고…. 이런저런 생각만 많을 뿐이지 실천에 옮기는 건 정말 손에 꼽는 거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면서 난 당장 내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이후 공허한 우울감에 빠져 한 달 가까이 지내고 있다. 처음엔 급작스럽게 먼저 간 아이들이 불쌍해서 매일 눈물로 베갯잇을 적시다가, 먼저 도망쳐 나온 선장을 비롯해 세월호에 관계된 모든 사람을 원망하다가, 매일 호떡 뒤집듯이 마음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월호. 난 이번 사건으로 내 삶 전반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한때 꿈이 있었다. 소박하지만 평범하게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넓은 정원이 있는 3층짜리 전원주택에서 시댁 친정 우리까지 세 가족이 함께 모여 살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난 방송작가 그만두고 책을 쓰고 싶었다. 빵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빵집도 열고 싶었다. 그 머나먼 미래를 위해 난 저축을 하고 자기계발을 한다.

그런 내 꿈들이 세월호 사건으로 한순간에 공허해졌다. 아, 나도 내일 당장 갑자기 죽을 수도 있을 텐데.

병들어 죽으면 마지막을 준비라도 하지 이렇게 갑자기 한순간에 사고로 죽어버리면 그동안 이것저것 아껴가며 사고 싶은 옷 못 사 입고,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갖고 싶은 것 안사고….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온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무해졌다.

당장 내일 당신이 죽는다면, 당신에게 오늘 하루밖에 없다면 뭘 할 것인가?

이 질문을 했을 때. '야근을 하겠다. 공무원시험 공부를 마저 하겠다'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겠다. 하고 싶은 걸 하겠다.' 뭐 이런 종류의 대답들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건 만약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하자.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갖기 위해 노력하자.

백세시대라지만 그게 내 얘기라는 보장 어디에도 없다. 난 100세까지 못살지도 모른다. 미래를 알면 좋겠지만 모르기에 이제부터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사는 것이 후회가 적을 거 같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또 일상에 젖어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생각만 해서는 시간만 흐르고 만족되는 건 없다. 가만히 있지 말고 지금 당장 행동하자.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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