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지방선거는 사실상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진보 3당(노동당·정의당·통합진보당)은 생활임금 조례제정을 지방자치의 핵심의제로 제시하면서 지방선거에 정책선거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생활임금제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행 최저임금제도를 대체하고 보충하는 성격이지만,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나서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제도를 의미한다.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이 약 257만 원임에도 올해 최저임금은 월 108만 원밖에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보호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게다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지 않고는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 역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제의 선순환적인 성장마저도 장애에 부딪히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생활임금제도의 도입에 관한 요구가 지방선거에 나타나는 건 분명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선거 때가 되면 정치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쏟아 놓았지만, 정작 실효성이 있는 정책으로 연결된 사례는 매우 부족하였다. 이런 현실에서 생활임금제도가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에 관한 전국적인 법적 규정력만으로 주변 혹은 한계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자신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려는 조례제정은 지방자치제도의 정신과 부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간부문 기업들에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기 이전에 지자체가 자신들부터 태도를 바꾸어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생활임금제도의 도입이 제대로 되려면 재정적으로 중앙정부의 의존성이 높은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적 자율성을 높이려면 중앙정부 중심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의 가이드라인도 필요하고, 이에 따른 독자적인 정책시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측면에서 생활임금제도의 도입은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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