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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제정 추진, 상위법 개정 없이는 반쪽

법 근거 없어 적용 대상 한계, 일부 단체장 '노조 혐오' 걸림돌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2014년 05월 12일 월요일

'생활임금 제도'는 현행 최저임금의 대안이자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고용 정책을 펴 지속 가능한 선순환 지역경제를 만든다는 좋은 취지가 있다. 하지만 이를 도입·실행하려면 여러 상위법 개정과 노-사-(민)-정 협의체의 실질적인 가동 등 과제 또한 만만찮다.

행정지침이 아닌 조례라는 안정적인 형태로 이를 시행하는 국내 첫 사례인 부천시 경우를 살펴보면 그 시행까지 난관이 적지 않았다. 도입에 적극적인 노동계는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하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는 기존 노동·고용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미국 등 채택한 나라는 대부분 연방국가…지방분권 차이 고려를 = 노동계나 시민사회, 야 4당은 노동 문제를 보는 정치권 내부의 극심한 견해 차이로 자치단체장의 행정지침으로는 자치단체장 변화에 따라 정책이 중단·폐기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기 쉬워 조례 제정으로 시행하려고 한다. 미국도 대부분 시의회나 군(카운티) 위원회 조례로 시행된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이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연방제를 채택한 국가들이다. 노동법 시행권 혹은 관련 권한 대부분이 연방정부가 아닌 주 정부(한국은 광역 시·도)에 있는 점에서 한국과 크게 다르다.

이런 이유로 '생활임금 제도' 도입은 국내 지방분권 제도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지방분권 제도 차이에 따른 도입·시행 단계에 발생할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해두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자치단체를 향한 설득, 지역사회 내 공론화 필요 =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는 2011년 12월 '부천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노동위원들이 도입을 제안하고서 이듬해 4월 조례제정 추진위가 구성됐다. 추진위는 노측 1명(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사측 1명(부천상공회의소),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 1명, 이외 부천시와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지역 노무사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추진위는 조례 제정을 위한 실태조사 범위와 내용을 정리하고 2012년 말 공공부문 노동자 실태조사를 한다. 2012년 한 해에만 여섯 차례 회의가 이뤄졌고, 조례 제정 직전인 지난해 6월에는 '법적 쟁점과 해결 방안'을 중심 내용으로 한 토론회가 김경협 의원실과 시 노사민정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박덕수 기획부장은 "볼티모어시를 시작으로 140여 개 자치단체로 확산한 미국 '생활임금 제도'는 노동계와 시민사회 투쟁의 결과다. 부천에서는 노사민정 협의 결과라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와 지역상공계, 지역노동계가 참여하는 노사민정협의회가 활성화해야 하고, 이를 자치단체장이 보장해야 한다. 자치단체와 지역노동계가 일상적인 논의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조례 제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일반노조 강동화 남부지부장은 "지난해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보듯 근거도 없는 '노조 혐오증'으로 덧칠돼 헌법에 보장된 노조 존재와 노동 3권을 부정하는 일부 자치단체장과 의원 인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례 제정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며 자치단체장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상위법 개정 시급 = 부천시 노사민정협의회, 특히 노동위원들은 조례 도입 초기 미국 예처럼 적용 범위를 시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기간제, 시 출자·출연기관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 사무(업무) 위탁업체(업자) 소속 노동자와 시와 공공계약을 체결한 업체 노동자를 포함하려고 했다. 하지만 적용 대상은 시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기간제 노동자, 시 출자·출연기관 노동자로 한정됐다.

이런 결과는 2012년 12월 말 질의에 대한 법제처 회신 내용이 결정적이었다.

부천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제정 과정에서 상위법 근거가 없다 보니 애초 설정한 민간 위탁업체(업자) 노동자까지 강제할 수 없었고, 시와 계약을 맺은 업체 노동자까지 확산하는 것은 현행법(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법제처 답변으로 현재 범위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법제처는 "소속 직원에 대한 임금 결정은 인사와 관련된 영역으로 현행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생활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이를 지급할 상위법령 규정이 없는 만큼 시장의 고유권한(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상위법령인 '최저임금법' 개정은 김경협(새정치민주연합·경기도 부천시 원미구갑) 의원 등이 이미 올 1월 국회 환경노동위에 개정안을 제출해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에는 '지자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임금 최저기준을 생활임금으로 할 수 있고,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에게도 사무 위임 조건으로 생활임금 이상을 주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돼 있다.

이렇듯 지방자치 관련법, 최저임금법 등 관련 조항 개정 없이 현행법만으로는 안정적인 조례 시행, 공공계약 업체 노동자까지 범위 확대 등이 쉽지 않아 조례 제정과 함께 법 개정 요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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