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의원 '송전탑 때문에 음독' 고인 대화 공개…담당 수사관 징계 촉구

경남경찰청이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음독자살한 고 유한숙 씨의 사인을 의도적으로 은폐·왜곡했음은 물론 이 과정에서 유족들의 정당한 요청도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하나(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밀양 765㎸ 송전탑반대대책위는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유한숙 어르신의 사인이 경찰에 의해 왜곡됐다"고 밝혔다.

고 유한숙 씨 유족인 동환 씨와 밀양 765㎸ 송전탑반대대책위, 그리고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 법률지원단 정상규 변호사 등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 유한숙 씨가 음독 후 병원에서 경찰과 나눈 대화 녹취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장하나 의원실은 이 녹취록을 근거로 "경찰이 고인의 사인을 왜곡함으로써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12월 병원 응급실에서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 송전탑 때문에 돼지도 못 먹이고 (축사를) 옮길 수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고인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 경찰은 "오늘 (사모님하고) 싸우신 일"이 없는지를 되묻는 등 의도적으로 음독 이유를 사생활 때문으로 몰고가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은 "오늘 뭐 특별하게 마음이 움직였다든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 거 아닙니까?" 등의 말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고 유한숙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경찰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유족의 진술 등을 볼 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 보도자료에서 "제반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 음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재차 강조하는 한편 "고인의 사망이 지역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이기까지 했다.

장하나 의원실은 이 같은 사실에 덧붙여 경남경찰청이 끊임없이 고인의 사인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장 의원실은 "사인 왜곡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거듭된 자료제출 요구를 했으나 경남경찰청은 답변을 지연·번복해오다가 최종적으로 불가통보를 했다. 유족이 공개동의서를 작성했음에도 경찰은 개인정보보호 핑계로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은 "고인이 죽음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하신 말씀까지 왜곡하고 은폐하려고 하는 경찰 행태를 보면 분노를 넘어 깊은 비애감을 느낀다"며 "유족이 장례도 못 치르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안정을 저해한 책임은 경남경찰청과 밀양경찰서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 의원은 담당 수사관 징계와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남경찰청은 "고인의 아들과 처 등의 진술을 토대로 복합적 원인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지난 3월 고인의 아들이 밀양경찰서가 고인의 죽음을 왜곡했다며 국민권익위에 진정한 내용에 대해 지난 4월 국민권익위는 밀양경찰서의 판단이 부당한 것으로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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