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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문화적인 세상읽기]세월호에 악마는 없다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2014년 05월 07일 수요일

세월호 사고의 '원흉' 찾기 또는 만들기가 한창이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혹독하게 난타당하고 있는 이들은 선장과 선원이다. 침몰 당시 제 살길만 챙긴 선장은 일부 언론에 의해 '악마'로까지 묘사됐고 선원들 역시 '고의로'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았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그들은 진짜 악마일까? 그들의 무책임과 이기심 뒤편으로 또 한 가지 드러나고 있는 중요한 진실은 선장과 선원 대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었고 운항 경험조차 일천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급박한 순간, 최대한 용기를 발휘해 주었더라면 하는 마음 크지만 이렇게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들에게 '목숨을 내던질 만큼' 확고한 소명의식을 기대하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될 것 같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 언제 어떻게 잘릴지도 모르는 직장에 당신은 헌신할 생각이 있습니까?

그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측이야말로 악마는 아닐까. 저임금·미숙련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업무를 맡겼고 오래된 선박을 무리하게 뜯어고쳐 과적 운항했으며 소수 경영진만 이윤을 독식해 참사 가능성을 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억울할 것 같다. 경영 효율과 비용 절감, 노동유연성과 수익구조 극대화는 지난 수십 년간 시장의 정언명령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과 유병언이 악마라면 수백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해 결국 일부는 죽음까지 이르게 한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같은 기업도 악마다. 회장 등 임원들이 일반 직원보다 최대 500배는 많은 수십억~수백억 원의 연봉을 챙기고 있는 유수의 대기업들 또한 악마로서 자질이 충만한 집단일 것이다.

   
  우리의 무감각과 무기력이 계속되는 한 세월호의 비극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사진은 지난 4월 30일 경북 울진군 덕천리 신한울 1호기 건설 현장에서 열린 원자로 설치 기념식 장면. /연합뉴스  

사후 대응 과정에서 무능의 끝을 보여준 박근혜 정부도 악마의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럼 다른 정치세력이나 과거 정권들은 어떨까. 재벌을 비롯한 기업 편에 서서 경쟁력과 효율성을 온 나라의 '국시'처럼 떠받든 건 박근혜 정부만이 아니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공공성과 생존권을 외치는 노동자들은 늘 예외 없이 탄압당했다. 보수정권이고 민주정권이고 별 차이가 없었다. 참사의 원흉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역시 과거 정권부터 오랫동안 뿌리내려 온 부패와 독점의 산물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이들 해피아 논란으로부터, 또한 공공성 파괴와 노동시장 유연화의 주범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운 정치세력이 있다면 마음껏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하시길. 마찬가지로 자기반성은 고사하고, 각자 이해관계로 갈려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진영논리만 쏟아내고 있는 언론도 수많은 죽음 앞에 떳떳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세월호에 악마는 없다.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방치했고 무기력하게 순응했으며 이 와중에도 제 살길만 찾고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우리 자신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가 몇몇 '인간도 아닌 것들'의 끔찍한 만행으로 표현되고 정리되는 것은, 진실과도 거리가 멀지만 비극의 반복을 막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길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며 '일부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이다. 세월호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시한폭탄'과 다름없는 36년 먹은 노후 원자력발전소 하나 폐쇄하지 못하고 탈핵이라는 상식 앞에서 주저주저하고 있는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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