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절차 무시한 송전탑 철거 판결…한전 "철거 못해"

법원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세운 송전탑을 철거하라는 판결을 내려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밀양 765㎸ 송전탑 건설 현장에도 이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은 ㄱ(62) 씨가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송전탑과 고압 송전선을 철거하고 고 씨에게 128만 원을 지급하라"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ㄱ 씨는 지난 2009~2012년 충남 아산시 도고면 소재 임야와 밭 소유권을 취득했다. ㄱ 씨는 해당 토지 위로 한전의 154㎸ 송전선이 지나가자 이 시설물을 철거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한전이 법령상 규정된 사용권 취득 절차 없이 송전탑을 설치했고 오랜 기간 보상과 배상을 하지 않았다"며 "공익적 기능이나 철거 비용을 고려해도 토지 소유자의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전이 내세운 공익적 기능과 막대한 철거 비용 문제보다는 적법한 절차와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먼저 인정한 판결인 셈이다.

현재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한전이 적법한 절차 없이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변호사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법률 지원단이 한전의 탈·불법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한전은 이미 다수의 송전탑이 건설 완료됐기에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기에는 늦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예정지에 움막농성장을 설치하고 결사항전 의지를 내세울 뿐 아니라 이미 건설된 송전탑도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이번 판결에서 쟁점이 된 송전탑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문제가 된 송전탑은 1978년 건설한 것으로 등기상 법적인 근원이 확보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와 보상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과거 사용료 등은 신속히 지급하면서도 해당 설비가 공익 설비임을 고려해 철거하지 않고 전력 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다수의 민변 소속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참여하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오는 9일부터 2박 3일간 밀양 현지에서 재산권 침해·공권력에 의한 피해·주민 간 분쟁 사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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