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함안 칠원파출소 안병윤 경위

봉사단체를 꾸려 봉사활동을 하던 한 경찰관이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해 써달라고 1000만 원이나 되는 성금을 내 눈길을 끈다.

이 성금은 이 경찰관뿐만 아니라 아버지, 경찰관으로 일하는 동생이 함께 석 달간 애써 가꾼 하우스 수박 올해 매출액을 통째로 내놓은 것이라서 더 뜻깊다.

지난 1일 오후 함안경찰서 칠원파출소에서 교대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안병윤(43) 경위를 잠시 자리에 앉히고서 사건 경위를 캐묻기(?) 시작했다.

그의 고향은 함안군 대산면 옥열리로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함안 대산면은 수박이 유명한 곳이다. 지난해 안 경위 아버지께서 두 차례 대장암 수술을 하시고 수박 농사는 더는 짓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안 경위와 그의 동생이 짬짬이 하우스 4동 농사를 짓고, 아버지는 조금씩 도우셨다. 동생 안경포(39) 경사는 창원중부경찰서 신월지구대에서 일한다. 경찰관 형제와 아버지의 구슬땀이 고스란히 유족에게 건네진 셈이다.

   

적지 않은 성금을 내게 된 이유를 묻자 그의 답은 너무 간단했다. 그는 "2월 초 모종을 심어 4월 중순부터 출하하는데 이 시기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출하 예정인 수박값을 선금으로 받고 뉴스를 계속 봤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동생과 나는 경찰관으로 나라로부터 녹봉을 받고 도움을 많이 받는 사람인데, 조금이나마 유족에게 위로를 건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에게 이런 뜻을 전하니 모두 '그게 좋겠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서 4월 말에 하우스 수박 전체 매출액을 전국재해구조협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나도 초교 2학년생인 아들을 키우는데, 뉴스에서 울부짖는 유족들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상황을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는데, 이런 것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또 그렇게 하니 마음의 짐은 조금 벗는 것 같아 오히려 위안이 되더라"고 했다.

그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나눔 활동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뼛속까지 '함안 사람'이다. 지금 부모님이 사시는 함안 대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고 중·고등학교를 모두 함안에서 나왔다.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기왕이면 함안에서 지인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서 2009년 1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고 '이웃에게 사랑을 돌린다'는 뜻을 담아 몇몇 지인들과 '사랑돌리미'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지금은 회원 20명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평소 한 달에 한 번 노인복지시설에 다니며 빨래·목욕·청소 봉사를 한다. 연말에는 그간 모은 기금으로 함안군 내 어려운 학생들이나 이웃에게 20만∼30만 원씩 성금을 건넨다. 이렇게 5년간 45명에게 성금 1000만 원을 지원했다. 회원당 매달 1만 원을 거두고, 이 돈은 고스란히 기금으로 적립한다. 이외 복지시설 봉사 등에 드는 비용이나 다른 행사 비용은 별도로 십시일반한다.

봉사 활동은 일종의 '중독'이라는 그. 그는 "우리가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도움을 받은 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행복함을 얻는 것 같더라. 할수록 더 해주고 싶고, 더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 봉사도 계속하면 중독되는 것 같다"며 모처럼 수줍게 웃었다.

1995년 경찰이 되고서 그는 지구대나 파출소, 혹은 생활안전과 등 주로 지역 치안 업무를 맡았다. 외근을 하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도움을 주는데 감동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글을 몰라 편지를 못 읽거나 돈을 부쳐야 하는데 계좌이체 방법을 몰라 발을 동동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주다 보면 지역경찰이 왜 필요한지 새삼 느꼈다고도 했다. 이런 소소한 뿌듯함이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도 했다.

끝으로 그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족에게 조심스럽게 한 마디를 건넸다.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족들도 많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른 시일 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한다. 바람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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