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13) 충남 아산시 공세리 성당

누굴 향한 간곡한 기도였을까?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랐던 귀하디 귀한 생명. 결국, 스러져버린 청춘들을 위해 빌고 빌었던 간절한 바람 속에 잔인했던 4월이 지났다.

야속하기만 한 시간은 계절을 바꾸고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길 바란다. 남아 있는 우리가 할 일은 더욱 분명해져야 한다.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에 자리한 공세리 성당. 1890년에 시작돼 12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성지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아산 지방에서 포교활동을 하였던 프랑스 출신의 드비즈 신부는 마을의 민가를 교회당으로 사용하다 1897년 옛 곡물창고에 사제관을 세우고 1922년에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본당을 완공했다.

당시에도 이 성당으로 전국의 구경꾼이 몰려왔다는데 백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곳은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됐다.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 144호이며,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아름답고 한가로운 성당의 모습이 떠오른다면 대부분 공세리 성당의 모습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단다.

공세리 성당 본당

<태극기 휘날리며>, <에덴의 동쪽>, <그저 바라보다가> 등 7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활용된 곳이다.

350년 된 보호수와 초록의 숲. 철쭉과 진달래, 영산홍 등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1922년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붉은 벽돌의 본당건물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

공세리는 천주교를 박해하던 1801년 신유박해 때부터 1873년 병인박해가 끝날 때까지 단지 천주(하느님)를 믿고 공경한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공세리 지역 32명의 순교자를 모신 순교성지이다.

개인의 믿음과 신앙을 목숨과 바꿔야 했던 박해의 시간은 백수십 년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가장 아름다운 봄을 지나고 있다.

맑디 맑은 하늘이 조각조각 보일 정도로 수백 년을 지켜온 고목들이 봄 햇살을 적당히 가려주는 성당입구의 산책로와 고색창연한 본당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준다.

특히 본당을 에워싸고 펼쳐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은 차분함을 더한다.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법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길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종교를 떠나 예사롭게 읽히지 않는다.

십자가의 길

비단 종교인이 아니지만 숙연히 그 길을 따라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는 14처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성당이 자리한 1만여 평의 터는 성종 9년(1478년)부터 영조 38년(1762년)까지 근 300년 동안 충청도 일대에서 거두어 들인 세곡을 저장하던 공세 창고지인 역사 유적지이기도 하다.

공세리라는 마을 이름도 세금을 바치던 공세 창고가 있는 곳이라는 데서 시작됐다는 말이 있다.

공세리 성지 성당 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며 미사가 시작되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는 문을 닫는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무료다.

성당 산책로

<인근 볼거리-아산온천>

공세리에서 5㎞ 거리에 아산온천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아산온천 수질은 중수산나트륨을 포함한 알칼리성 온천으로 유명하다.

20여 종의 무기질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 촉진과 각종 질환에 효과적이고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세리 성당과 아산온천, 인근 김옥균 선생 유허와 충무공유적지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이번 연휴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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