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교사들 '교사 참고서'서 시험내용 출제

교사가 중간고사 문제를 출제하면서 교사용 참고서에 있는 문제를 그대로 냈다면 어떨까? 또 이 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에서도 교사용 참고서를 구해 중간고사 대비용으로 가르쳤는데 시험에 똑같은 문제가 나왔다면 이 학생들은 운이 좋은 것일까?

지난 28일 창원의 한 중학교에서 치른 2학년 중간고사 국어 시험문제가 인근 학원에서 나눠준 학습 자료와 내용이 똑같아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이번 시험이 지난 2009년 교육과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사용되는 교과서를 바탕으로 해 이전에 축적된 기출문제가 없어 해당 교사가 교사용 참고서에 있는 문제를 그대로 내면서 비롯됐다.

학원은 학원대로 출판사가 제공한 교사용 참고서에 나온 문제를 그대로 시험 준비용으로 복사해 원생들을 가르쳤다. 결과적으로 특정 학원에서 공부를 한 아이들 성적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욱 잘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태 심각성을 깨달은 학교 측은 발 빠르게 1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경남도민일보>가 30일 이 학교 중학교 2학년 국어 시험지와 인근 학원에서 나눠 준 학습 자료, 그리고 출판사에서 제작한 교사용 지침서를 입수해 비교해 봤더니 이날 시험에 출제된 문제 33개(선택형 27문제·서술형 6문제) 가운데 31개가 교사용 지침서 문제와 일치했다. 이들 문제 31개는 학원에서 나눠 준 학습 자료에 든 것과도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에 제시된 지문이 교사용 지침서, 학원 학습 자료와 같았을 뿐만 아니라 선택형 답문에 문장을 약간 변형한 것 외에 문제에서도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 학교 교감은 이에 대해 "항간에서 우려하는 문제 유출이나 학원과 유착 관계 등은 전혀 없다"면서 "이번에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가 학교에서 처음 채택되다보니 축적된 기출문제가 없었다. 대개 시험 문제를 낼 때 교사용 참고서를 기본으로 하기 마련이라 인용을 많이 했는데 일선 학원에서도 이를 가지고 수업을 할 줄은 교사도 몰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몇몇 학원 강사들은 이번 해프닝이 공교육 교사들의 자질을 보여 주는 단편적인 예라는 견해다.

창원시 마산지역 한 학원 강사는 "아무리 교사용 지침서가 시험 문제를 낼 때 유용하게 쓰인다 하더라도 이번 경우처럼 시험 문제를 지침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문제를 내는 일은 잘 없다"면서 "공교육 교사들이 안정된 직업에 자기 계발에 소홀하다보니 일어난 결과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강사는 "이전부터 이 학교가 교사용 지침서와 똑같이 문제를 내는 것으로 많이 알려지긴 했다"면서 "사립학교의 특성상 한 번 교사가 되면 퇴직 때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안이하게 문제를 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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