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가까운 경남지역 사고대응책 있나 우려 고조…후보들도 소극적

안전불감증. 재난대응 총제적 부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미 설계수명이 끝나 노후한 핵발전소 고리1호기 연장가동에 대한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에 무능한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핵발전소 안전대책이나 사고 대응매뉴얼이 있기는 한지 시민들의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핵발전소 지역과 인접지역에서는 '탈핵'이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 안전지대 아니다 =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과 인근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에는 핵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이고, 2기를 건설 중이다. 정부는 지난 1월 2기 건설을 위한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이 중 고리1호기는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났는데 2017년까지 연장 가동 중이다. 사고발생률이 국내 원전사고 발생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시한폭탄'을 부산·울산·경남사람들은 끼고 사는 셈이다.

고리에서 경남도청까지 직선거리는 56㎞에 불과하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정부에 방사선비상계획 확대를 권고한 30㎞ 반경에는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경남 등 340만 명이 거주할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다.

후쿠시마 사고 때 대피령이 났던 50㎞내 거주자는 양산·김해·밀양·창원 등 경남 86만 3000여 명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지역 등 560만여 명에 달한다.

사고가 났을 때 어느 정도 피해를 볼까.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2년 모의실험을 한 결과 고리 1호기에 체르노빌 같은 거대사고가 나면 급성사망 최대 4만 8000여 명, 암사망 85만 명 등 90만 명이 죽고, 경제적 손실이 최대 628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30년 수명이 다한데다 잦은 고장으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고리 핵발전소. /김주완 기자

환경운동연합은 "후쿠시마 사고 역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예상 외'의 사고였다. 인구밀도가 높고 좁은 국토를 가진 한국에서 위험한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값비싼 선택임을 연구결과는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탈핵 쟁점화 = 부산·울산·경남지역 지방선거 후보들이 잇따라 탈핵 선언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정의당 조성수 울산시장 예비후보는 '탈원전 연대'를 했다.

고리 핵발전소가 있는 기장군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의당 소속 이창우 후보는 고리 1호기 폐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세월호의 '노후-수명연장-대형참사'라는 연결고리와 똑같은 꼴이 바로 고리 1호기"라고 말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은 147명이 공유했고, 33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경남지역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3월 경남도지사 후보들에게 △추가건설 중단을 통한 탈핵 △고리1호기 즉각 폐쇄 등 5개 탈핵·에너지정책 의제를 물은 결과 통합진보당 강병기 예비후보가 모두 찬성했고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는 답변을 유보했다. 강 후보는 원전 하나 줄이기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예비후보는 조례제정에만 검토의견, 나머지는 모두 찬성했다.

경남의 시민사회단체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의제화하려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경남 대책 여전히 미흡 = 경남도 핵발전소 사고 대비 대책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10㎞에 묶여 있다. 안전행정부나 경남도는 구체적인 세부 대응계획이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만 쳐다보는 상황이다.

해마다 만드는 '안전관리계획'에 원자력분야가 있지만 경남도 자체계획은 구체적이지 않다. 경남에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은 진주에 있는 경상대병원 1곳뿐이다. 사고 대비 비축한 비상의약품은 양산보건소에만 있다. 갑상선 암 예방제인 요오드화칼륨 비축량(13만 정)은 1만 3000명 분만 있으며, 세슘 인체흡수를 방지하는 프루시안블루는 아예 없다.

경남도 안전행정국 관계자는 "방사선비상계획 구역 30㎞ 확대논의가 있지만 관심구역이라 약품이 보급될지 명확하지 않다"며 "30㎞까지 약품을 보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인접국가 사고와 국내 사고 대비 현장조치 세부 매뉴얼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도내 대피시설로 1510곳이 지정돼 있지만 방사능 방재기능이 있는 곳은 없다. 부산·울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환경단체들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려면 핵발전소 안전관리를 위한 자치단체 권한을 강화하고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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