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성안 스님 교통사고로 입적…생전 "열반하면 목판 하나 사서 태워달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며 국보 32호인 팔만대장경을 최일선에서 지키며 '팔만대장경 지킴이'로 불리던 합천 해인사 성안 스님이 지난 27일(불기 2558년) 오후 거창군 남하면 88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입적했다. 세수 48세, 법랍 22세.

성안 스님은 196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1993년 합천 해인사에서 원명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은 2007~2009년 서울 강서경찰서 경승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성안 스님은 행자 시절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을 지키던 관후 스님 방을 청소하면서 팔만대장경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승가대학 수학 당시 이태녕 서울대 명예교수 등 대장경 연구학자들을 도우며 지식을 쌓고, 세계 각국을 돌며 세계문화유산을 두루 살핀 일은 성안 스님이 팔만대장경 지킴이의 길을 걷게 한 계기가 되었다.

2010년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국장을 맡은 스님은 대장경 보존 관리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았다. 장경판전을 수시로 출입해 팔만대장경을 어느 때고 살필 수 있는 사람은 성안 스님과 스님을 돕는 사람 뿐이었다고 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연구원 보존국장 성안 스님이 생전에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해인사

스님은 대장경 보존국장으로 재임하면서 두 차례의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성공리에 치르고, 매년 TV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대장경의 가치를 알리며 세계화에 힘썼다. 팔만대장경의 디지털베이스화를 완성하는 등 대장경 보존과 연구에 누구보다 앞장선 수행자였다

스님은 생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세계에서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기록유산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곳은 대장경과 그것을 보관하고 있는 판전이 유일하다"며 "팔만대장경을 지금까지 잘 보존해온 것도 기적에 가깝지만 1000년 뒤 후손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존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대장경판 보존 예산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한 스님은 4000여 명의 회원이 월 5000원의 회비를 내는 대장경보존회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대장경 경판 훼손 정도를 확인한 스님은 올해 문화재청과 함께 대장경 보존 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은 스님이 "나중에 내가 열반하면 목판을 하나 사서 같이 태워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스님의 입적을 안타까워했다

성안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은 내달 1일 해인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영결식은 삼귀의, 선해 주지스님과 노전 스님의 영결법요, 행장소개, 추도입정, 추도사, 영결사, 조사, 헌화 및 분향, 문도대표 인사, 사흥서원, 발인 순서로 봉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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