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문제는 지난 대선에서부터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민생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남 도내 노동계는 생활임금제도라는 다소 생소한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반드시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노동문제란 고용 유연성에 따른 불안정성만이 아니라 임금 불평등에 따른 생활의 불안정성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생활할 수 있는 노동자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임금 노동이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이라는 현실은 자본주의 시장가격 체제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왜냐면, 시장에서 필요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임금가격은 끝없이 아래로 추락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저임금 노동을 제도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삶을 보호하기 위한 강제적 법률 수단이다. 그럼에도 민간부문이나 기업들에 한때 필요한 인력에 적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제도는 경영비용의 증가에 따른 이윤의 감소와 경쟁력의 상실을 우려하는 기업 측의 거센 반론에 항상 부딪히면서,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월 256만 5986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5210원(월 108만 원)으로 결정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최저임금제도는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파트타임 혹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면서 임금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기를 바꾸는 데 나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영세기업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까지 적정한 임금보장을 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몇몇 지자체에서는 지자체가 출자·출연한 공공기관들이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 보장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 하지만 현행 상위법을 고치지 않는 한 생활임금 제도를 확장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입에 필요한 재정자원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현행 지방자치제도보다 나아가는 지방분권이 전제되지 않는 한 생활임금제도에 생명력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사는 노동자들부터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보장해주어야 할 게 아니냐는 목소리는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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