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교육비 등 종합 반영한 '생활임금제'…서울 노원구청 등 3곳 시행 중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 노동계가 '생활임금'이라는 다소 낯선 요구를 해 눈길을 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으로 꾸려진 '비정규직 없는 경남만들기 공동투쟁본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달 19일 "올해 지방선거에서 생활임금 조례 제정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고 경남본부를 포함한 16개 광역 시·도본부에 생활임금 도입 지침을 건넸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동계가 이번 지방선거 핵심 의제로 내세우는 '생활임금 제도'는 뭘까?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생활임금제도 = 국내에서 다소 낯선 용어인 '생활임금(Living Wage) 제도'는 1994년 미국 볼티모어시가 조례로 제정한 뒤 미국 전역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으로 확산한 제도다. 최저임금에서 한 발 나아가 주거비·식료품비·교육비·교통비·문화비·의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정한 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임금제도를 이른다.

현행 국내 최저임금 제도는 매년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않는 사용자 측의 인상률 제시, 지리멸렬한 노사정 협상 과정, 노사 위원들의 위원회 탈퇴와 뒤이어 공익위원들이 명확한 기준 없이 최종 결정하는 악순환을 겪으며 해마다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에 턱없이 못 미치도록 결정돼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게 '생활임금 제도'다.

실제 올해 최저임금 월 108만 원(시급 5210원, 월 209시간 노동 기준)은 전체 노동자 정액임금 누계 평균인 월 256만 5986원의 절반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가 빈곤문제 해소와 양극화·차별 완화라는 애초 도입 목표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생활임금 제도'의 기본 취지는 지방정부가 소속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주며 스스로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고, 지방정부 공공계약을 낙찰받은 민간기업에는 그 회사 종업원에게 괜찮은 임금을 주도록 강제해 저임금에 따른 공공서비스 질 저하를 막는 것이다. 낙찰 기업에는 공공계약이나 보조금·감세 등으로 지역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부터 이익을 보는 만큼 지역사회 구성원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지게 하는 셈이다.

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와 산하 기관이나 사업장 고용 노동자, 공공계약 낙찰 기관·기업에 시행하고서 지역사회 전반에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서는 어떤 자치단체가 시행하나 = 27일 현재 국내 자치단체 중 생활임금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서울시 노원구청과 성북구청, 경기도 부천시청 3곳이다. 서울시는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해 연구용역 중이며, 경기도에서는 도의원들이 관련 조례를 발의한 상태다. 서울시 두 구청은 자치단체장 행정명령(지침)으로, 부천시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한다.

자치단체장 행정명령(지침)으로 시행하는 서울시 노원구와 성북구는 올해 생활임금을 전년보다 5.5% 인상한 월 143만 2000원(시간당 6852원)으로 책정했다. 이 임금은 2012년 노동자 평균임금(246만 9800여 원) 50%와 서울시 생활물가인상률의 절반인 8%를 합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시급으로는 올해 최저임금 5210원보다 24%가 높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자는 노원구의 경우 서비스공단 근무 청소·경비·주차·안내 등 68명이며 올해부터는 정보도서관어린이도서관 등 지역 도서관 4곳 근무자 33명에게도 확대 적용한다. 성북구는 시설관리공단과 성북문화재단 소속 11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 노원구와 성북구가 자치단체의 행정명령으로 시행해 자치단체장 변화와 성향에 따라 폐지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경기도 부천시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10월 25일 이 제도를 조례로 제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부천시 조례를 보면 적용 대상자는 '부천시 소속 근로자와 부천시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로, 올해 406명이 그 대상자다. 올해 부천시 생활임금은 2014년 최저임금보다 7% 높은 5575원으로 결정돼 서울시 두 구청보다는 그 금액이 낮다. 하지만 자치단체장 변화와 관계없이 시 노사민정협의회(혹은 생활임금위원회)에서 해마다 20일 이상 관련 심의를 하고, 의결된 차기 연도 생활임금 고시 의무가 있으며 미이행 시 신고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조례에서 규정해 훨씬 안정적으로 설계돼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애초 검토한 시가 위탁을 준 사업체 소속 노동자까지 적용하지 못한 점을 두고 아쉬워하고 있다.

2011년 말 논의 시작부터 함께 한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박덕수 기획부장은 "3년 가까이 노동계와 지역 시민사회, 부천시, 시의회가 머리를 맞댔다. 시 위탁업무 민간업체까지 확대하려 했지만 법제처 질의 결과 계약상대자(수탁업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하지 못하게 한 법률을 위반하다고 지적해 하지 못했다. 생활임금 제도 확대를 위해서는 최저임금법 등 상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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