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경남도민일보 주최 삼색재즈콘서트

음악은 치유다. 슬픔을 나눈다는 것, 함께 미안해 하는 작은 마음이 서로를 지켜내는 힘이 된다.

올해로 다섯 돌을 맞은 경남도민일보 주최 '삼색재즈콘서트'는 음악이 주는 위안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25일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창원시민 화합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를 위해 열린 이번 콘서트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진행됐다.

오후 4시 30분과 7시 30분 두 차례 마련된 공연에는 마산·창원·진해 시민은 물론 멀리 거창에서 온 관객까지 900여 명이 함께했다.

완연한 봄기운이 무색할 만큼 대부분 관객이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객석의 분위기를 어루만지듯, 사회자인 재즈비평가 김현준은 "웅크리고 혼자만 슬퍼할 게 아니라 미안한 마음을 모아 오랫동안 기억하자"며 재즈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지난 25일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창원시민 화합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를 위한 삼색재즈콘서트가 열렸다. 재즈가수 허소영. /박일호 기자

첫 무대에 오른 재즈가수 허소영은 감미롭고 매력적인 음색으로 관객들의 긴장된 어깨를 편안하게 했다. 첫 곡 '언더 어 블랭킷 오브 블루(Under A blanket of blue)'에 이어 스탠더드 재즈 곡 '댓츠 올(That's all)'은 "괜찮다"고 다독이는 듯 했다.

세 번째 곡 '인 더 스틸 오브 더 나이트(In the still of the night)'에서는 한밤중에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감정을 애잔하게 그려냈다.

허소영은 황지우 시인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낭독하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내려갈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래도 생동감 넘치는 그녀의 노랫소리는 체념보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허소영과는 완전히 다른 색을 지닌 찰리 정 블루스 밴드가 이어 등장했다.

블루스와 재즈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지만 김현준의 표현대로 블루스는 '재즈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 격이다. 미국 노예해방 선언 이후 흑인들의 슬픔과 소망 등을 담은 장르이다.

지난 25일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창원시민 화합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를 위한 삼색재즈콘서트가 열렸다. 찰리 정 블루스 밴드. /박일호 기자

날것 그대로 살아 숨쉬는 영혼들을 달래는 듯한 기타 선율에 애달픔이 더해진 찰리 정 블루스 밴드의 '상도 블루스'는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기타리스트 찰리 정이 작곡한 '블루 얼럿(Bule alert)'은 청색 경고등이라는 뜻처럼 삶의 경계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그 속에서도 잃지 않는 끊임없는 열정이 느껴졌다.

더욱이 성기문 오르간 연주자 독주에서 많은 관객은 의자에서 등을 뗀 채 건반에 담긴 진심에 매료됐다. 세 번째 곡부터 보컬리스트 박재홍이 함께해 '조지아(Georgia)'와 '하드 타임스(Hard times)'를 노래하며 블루스의 거침없음에 객석은 슬픔을 토해냈다.

마지막으로 이지연 재즈 오케스트라가 관객을 맞았다. 총 17명의 빅밴드 연주단은 규모나 구성도 '파격' 그 자체인 재즈의 변화무쌍함을 느끼게 했다.

지난 25일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창원시민 화합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를 위한 삼색재즈콘서트가 열렸다. 이지연 재즈 오케스트라. /박일호 기자

등 뒤에서 비춰 오는 등대처럼 따뜻함이 담긴 '라이트하우스 비하인드(Lighthouse Behind)'와 오스트리아 평화로운 마을의 정취를 담은 '드리밍 할슈타트(Dreaming Hallstatt)'는 객석을 평온함으로 물들였다.

박라온이 노래한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는 대중가요를 재즈곡으로 편곡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삼샘재즈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은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악 실내악단 '다루'에서 해금을 연주하는 박고운(27) 씨는 "연주자들을 하나 하나 눈에 담았는데 진심에 감동했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많이 배웠고 음악이 전하는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해 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거창에서 온 박미숙(47) 씨는 "창원에 사는 친구의 깜짝 선물로 재즈콘서트에 오게 됐다. 덕분에 재즈와 친숙해졌다"며 "기억하기 위함이라는 추모 공연에 함께해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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