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이색 막걸리 개발하는 강평호 씨

강평호(58) 씨는 통영에서 산업가스제조 판매업을 한다. 그런데 그의 사무실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냉장고에는 상표 없는 막걸리가 가득하고, 한쪽에는 막걸리 제조 공간까지 있다. 그는 지금껏 없던 막걸리를 개발하려 노력 중이다. 그 시작은 통영 특산물인 멍게에서부터였다.

"이전에 수산업을 하다 보니 막걸리에 멍게를 자주 곁들였죠. 원래 이 지역에서는 막걸리와 함께 먹는 멍게 맛을 최고로 칩니다. 달콤쌉싸름한 게 황금조합이에요. 다음날 숙취도 없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게 됐죠. 술 한 잔 먹고 안주 한 점 먹는 게 때로는 귀찮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멍게를 술에 넣어서 먹어보자고 생각했죠. 따지고 보니 해산물로 만든 술이 전혀 없더라고요."

멍게 막걸리, 일명 '멍탁'이었다. 4년 전 엉뚱한 발상이 바로 연구로 이어졌다. 주변 비웃음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회사 한 구석에 막걸리 제조 공간을 두었다. 사실 이전까지 막걸리 담그는 법도 전혀 몰랐다. 인터넷과 책을 찾아보며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막걸리 담그는 법을 깨쳤다. 하지만 멍게를 접목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통영에서 산업가스제조 판매업을 하는 강평호 씨.

"쌀을 불리고 멍게를 넣으니 부패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생물이다 보니…. 답 없이 이래도 해보고 저래도 해 보며 시행착오를 겪었죠. 연구에 사용한 쌀만 해도 몇 가마니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멍게를 안 삶고, 또 그 향이 막걸리에 배게 하는 육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육수가 포인트였던 거죠. 원래 멍게 특징이 입안에 향긋하게 퍼지는 향에 있습니다. 술에서도 그 맛이 나오더라고요."

그는 직접 개발한 멍게 막걸리를 지인들에게 맛보게 했다. 반응이 괜찮았다.

"80% 정도는 호의적이었어요. 애주가들보다는 약하면서 부드러운 술을 찾는 여성들이 더 선호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렇게 '멍탁' 연구 3년만인 지난해 특허를 받을 수 있었다. 곧바로 그는 대량 생산화 연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이어가지 못했다. 멍게 가격이 있다보니 일반 막걸리보다 비쌀 수밖에 없었다. 또한 멍게는 제철 아닐 때는 냉동으로 보관해야 했는데, 그러면 향이 덜했다. 향신료 같은 것을 사용하면 가격도 낮추고, 엇비슷한 향도 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멍게 막걸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겨두고 있다.

그는 멍게 막걸리를 연구하면서 동시에 '멍게 식초'에도 손길을 뻗쳤다. 유통기간이 지난 멍게 막걸리를 식초로 활용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완성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의 연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 콩막걸리를 개발해 이 또한 특허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원대한 계획에 부풀어 있다.

"콩막걸리는 3년 연구 끝에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교수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곧 논문 발표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특허출원도 계획하고 있고요. 콩막걸리는 대량생산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죠. 이를 통해 제조시설이 갖춰지면 지난번 하지 못했던 멍게 막걸리까지 함께 생산해 볼까 합니다."

그의 사무실에 있는 냉장고에는 상표 없는 막걸리가 가득하다.

그의 고향은 거제다. 통영에 온 지 30년됐다. 통영이 고향이 된 지 오래됐다. 이 지역 특산물 멍게를 술로 만들어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보자는 순간의 생각이 그의 최근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사실 연구에 대한 목마름은 막걸리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수상 가스충전소' 발명 특허까지 했다. 원래 새로운 것을 찾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주변에서는 무모한 도전에 대해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지금까지 없던 것을 만드려는 과정과 그 노력이 즐겁다"고 사람 좋은 웃음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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