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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대명사 '제비' 알고보니 잉꼬부부

[문화 속 생태] (77) 연나라 연경에 사는 제비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4년 04월 22일 화요일

◇연철 대승상 집에 숨겨진 금 = TV 드라마 <기황후>에서 승냥이는 죽은 연철 대승상이 숨겨둔 비밀 자금을 찾는다. 아무리 찾아도 못 찾다가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숨겨진 금이 어디 있는지 비밀을 풀게 된다.

'팔팔왕이 사라졌대요./ 제비집에 제비 잡으러 한걸음에 갔다가 똥만 싸고 왔대요./ 우린 언제 밭을 일궈 배불리 먹을까?/ 저승보다 이승이 두렵다네요./ 저승보다 이승이 무섭다네요.'

팔팔왕(八八王) 세 글자를 합치면 금(金)이 된다. 제비집에 제비 연경(燕京-북경)에 있는 연(燕)철의 집이 제비집이 된다. 금은 연철의 집에 숨겨 놓았다는 노래다. 한자를 풀어서 암호처럼 연결하는 재미있는 제비 이야기다. 제비가 숨은 곳이 또 있다. 2008년 북경 올림픽에도 제비가 있다.

◇북경 올림픽 마스코트 니니 = 2008년 북경올림픽 주경기장은 새 둥지 모양이다. 북경올림픽 마스코트 중에서 마지막 다섯 번째 니니는 제비다. 중국에서도 제비는 봄과 행복을 나타낸다. 제비를 보면 행운이 생긴다는 것이다. 북경의 옛 이름은 연경(燕京)이다. 니니 머리에 쓴 모자는 제비연이다.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제비는 푸른 하늘과 비상을 상징한다.

   
  북경올림픽 마스코트 '니니'.  

◇연경과 연나라 = 북경은 춘추전국시대 연(燕)나라의 도읍 연경(燕京)이다. 나라 이름을 제비로 정하고 수도를 연경(燕京)이라 했다. 몽골 칭기즈칸 원나라도 만주족 청나라도 연경이 수도이다. 조선 사람들에게는 북경이나 베이징보다는 연경이 더 정감있고 친숙하다. 왜 제비나라와 연경이 우리 맘에 거부감 없이 편하게 받아들여질까? 연나라와 연경이 궁금해진다.

◇한자 제비 연(燕) = 제비 연(燕)자는 제비가 나는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다. 위의 풀 초(艸)자는 머리와 부리다. 부리를 벌리고 있는 머리 모습이다. 날아가면서도 먹이를 잡아 먹는 사냥 기술이 탁월한 제비 모습이다. 가운데 입구(口)는 몸통이고 양쪽으로 나눈 북(北)자는 양쪽 날개라고 보면 날아가는 제비가 보인다.

맨 아래 불화(火)가 조금 어렵다. 아래쪽에 붙이면 점 네 개가 되는데 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새조(鳥), 까마귀오(烏) 제비연(燕) 글자 아래 붙은 점 네 개는 새 꼬리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물고기 어(魚)는 지느러미고 말마(馬)는 말의 네 다리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한자 제비 연(燕)자에서 불화자를 보면 제비 꼬리가 보인다. 제비꼬리가 짧으면 아직 어린 제비다. 암수 두 마리가 같이 전깃줄에 앉아 있으면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이 바로 제비꼬리다. 꼬리가 더 긴 것이 바로 수컷이다.

   
  영국 대영박물관에 있는 제비와 살구꽃 그림.  

◇제비족과 연미복 = 긴 제비꼬리 덕분에 남자들이 입는 턱시도를 제비꼬리옷(연미복 燕尾服 swallow-tailed coat)이라 한다.

서양에선 연미복을 잘 차려입은 제비가 이웃집 마님을 탐하고 꼬셨나보다. 제비꼬리옷을 한자로 써서 연미복이라 하고 서양 바람둥이 이야기가 한국에 들어와 제비족이라는 말이 생겼다.

제비는 암수 서로 함께 새끼를 기르면서 먹이도 같이 물어다 먹이는 사람 못지 않은 부부애를 자랑하는 조류계의 잉꼬부부다. 요즘엔 야생 제비도 줄고 카바레 제비도 줄어들었는데 강남 제비들이 기러기 아빠가 되어서 요즘 강남에 제비가 멸종되어 간다는 웃지못할 슬픈 이야기도 있다.

   
  일본 노무라미술관에 있는 제비 그림.  

◇달력과 알림의 새 = 상상을 해 본다. 달력이 없던 옛날 농사는 어떻게 지었을까? 제비가 날아오면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이 핀다. 제비꽃을 옛날에는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다. 제비가 올 때쯤 피는 꽃이 제비꽃이고 오랑캐가 쳐들어 올 때쯤 피는 꽃이 오랑캐꽃이다. 농사의 시작이나 전쟁의 시작을 제비가 알려주지 않았을까? 농경민족에게는 제비가 씨앗을 뿌리고 농사를 시작하는 계절을 알려준다. 유목민족에게는 유목이 시작되고 전쟁의 시작을 알려주는 새였을 것이다.

◇삼월 삼짇날과 식목일 = 4월 말 제비들이 둥지를 새로 만들고 짝짓기를 하며 알을 낳고 있다. 제비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강남 갔다가 봄이 되면 돌아온다. 봄날 음력 삼월삼짇날은 양력으로 보통 4월 5일 식목일쯤 된다. 제비가 강남에서 돌아오는 시기는 식목일, 봄농사를 준비하는 청명, 조상묘를 돌보는 한식과 비슷하다.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으며 농사를 준비하는 날이 바로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다.

◇흥부와 놀부 = 제비는 지지배배 울어서 그 울음소리를 흉내낸 이름이다. 제비는 흥부에게 상을 주고 놀부에게 벌을 주는 것처럼 옳고 그름을 판결해주는 하늘의 사자다. 인간사의 옳고 그름을 알려주려고 지지배배 운다고 한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며 지지배배 우는 제비. 흥부는 성이 연씨다. 박흥부는 박씨를, 연흥부는 제비를 강조한 성이다. 연흥부(燕興夫)는 제비로 흥한 남자다. 그럼 놀부에서 놀자는 한자로 무어라 할까? 요즘엔 놀부 같은 나쁜 남자가 대세다. 온 세상이 돈이면 모두 해결되는 것처럼 놀부세상이다. 밀양에 송전탑을 만들면서 동네 사람을 못살게 하는 나쁜 놈들도 놀부랑 다른 게 무엇인가? 온 동네 멀쩡한 냇가랑 강을 파헤쳐 놓고 잘 먹고 잘 사는 녀석들은 호박에 말뚝 박는 놀부보다 더 나쁜 놈들이다. 이렇게 놀부처럼 살아야 돈도 잘 벌고 더 있어 보이는 나쁜 세상에 눈물만 자꾸 흐른다.

놀부 같은 나쁜 사람이 더 인기 있다고 막장 드라마에 더 많이 나온다. 현실에서도 착한 흥부를 괴롭히는 나쁜 놀부를 법과 제도가 그렇다 하고 보호해 준다. 돈과 명예는 흥부보다는 놀부에게 더 많이 몰린다. 어디서부터 다시 바로 잡아야할까? 제비에게 물어보고 싶은 날이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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