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수학여행 폐지만이 답일까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학여행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수학여행 안전사고가 수학여행 폐지로 이어지는 것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학여행을 없애자는 여론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의견이다.

사고 직후 경남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는 수학여행을 예정대로 진행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 때문에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7일 이번 사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예정된 수학여행이나 체육대회, 단체 야외학습을 당분간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부모 박모(45·진주시) 씨는 "이번 사고로 우르르 몰려가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수학여행이 과연 필요한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해마다 수학여행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수학여행 폐지를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모(36·창원시) 씨도 "요즘은 가족끼리 여행을 자주 가기 때문에 수학여행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도민일보DB

이런 여론에 힘입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수학여행 폐지 청원 운동'이 일고 있다. 20일 현재 2만 7000여 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획일적인 프로그램과 일부 관광지를 구경하는 수학여행은 교육적인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수학여행 비용에 비해 학생들이 이용하는 숙박시설 등이 열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또다른 한쪽에서는 수학여행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창원의 한 시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즉물적 대응이 이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차 운행을 모두 정지시키느냐. 수학여행이 문제였느냐"며 "이런 일차원적 발상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학여행을 포함한 현장체험학습 운영의 준수 사항을 강화하고 위탁여행업체와 숙박업체, 운송업체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8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승객 무사 생환 기원 촛불기도회'에서 송영기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학여행 등 단체 활동에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교조는 대규모 수학여행보다 소규모·테마형을 확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청이 일선 학교가 학급별·테마별 소규모 수학여행을 기획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늘리고 계약 시설에 대한 철저한 확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답습적인 활동을 지양하고, 체험 공유가 가능한 소규모 수학여행(1∼3학급 또는 학생 수 100명 이내 단위로 시행)을 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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