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70) 하영오 진주 영오한우농장 대표

"한우를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판매하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터무니없이 싼 값에 한우를 파는 곳은 정상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역 농업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진주 대곡면 영오한우농장 하영오(55) 대표의 또다른 직함은 진주 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이다. 농산물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민들에게 올바른 먹거리를 공급하고 농민들은 제값 받는 일석이조의 방법을 로컬푸드에서 찾았다.

◇시설채소 접고 농민회 활동 = 군 제대 후 사회생활을 잠시 하던 하 대표는 29살 나이에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이웃들과 서로 돕다보니 큰 시행착오는 없었다.

그렇게 4~5년가량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정책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진주 대곡면 농민회 초대지회장 등을 거쳐 농민회 전임으로 일하게 됐다. 농사일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었던 연동형 시설 하우스를 헐값에 팔고 농민회 활동에 전념했다.

하 대표는 진양군농민회에 경제협동사업국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만든 것이 1994년 설립한 '우리영농조합법인'이다.

"농약·농자재·면세유 등을 공동구매했습니다. 지금은 규모가 작아졌지만, 당시 농협에 큰 타격을 줬죠. 농협 시스템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하 대표가 농민회 일에 정열을 쏟을수록 가정 경제는 어려워졌다. 하지만 부인 정미자(54) 씨는 소리 없는 내조로 하 대표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했다.

영농조합법인을 6~7년간 운영하며 성과를 올리자 다른 지역 농민회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시작해 13개 시군 농민회에서 경제협동 사업을 하게 됐다.

하 대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재정국장을 맡아 이들 13개 지역을 지도하는 역할을 3년가량 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것은 2005년 1월이다.

◇축산업 시작 = 다시 농사를 지으려 했지만, 시설 하우스를 하기에는 땅도 없고 돈도 없었다. 비교적 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래전부터 꿈이었던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

"어릴 때 농촌의 다른 집들처럼 소를 키웠죠. 소를 키운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규모 사육은 달랐습니다. 주변에 소 키우는 사람을 찾아가 지도를 받고 책도 읽어보고 축협의 지도와 교육도 받았습니다. 축협이 지도 역할을 참 잘합니다."

소를 키우는 것은 별다른 무리가 없었지만, 어려움은 있었다. 소가 아닌 '사람' 때문이었다.

"처음 소를 사려는데 소장수들의 농간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지역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소를 사려는데도 예상가격보다 엄청나게 높게 불렀습니다. 이후 큰 소도 경매를 하라고 축협에 강력히 요구해서 한번 시도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소장수들의 농간으로 엉망이 돼서 더 이상 열리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전체 축협이 다 경매를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죠. 그래서 가능하면 우시장에 가서 거래를 안하려고 했습니다."

하 대표가 선택한 것은 '일관사육'. 즉 송아지를 농장에서 직접 생산해서 비육하고 출하까지 하는 방법이다.

하 대표는 현재 150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무항생제 인증과 HACCP인증 = 영오한우농장이 일반 농장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냄새다. 다른 농장은 입구에서부터 역한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영오한우농장은 축사 한가운데 가서야 약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하 대표가 말하는 비결은 축사 청결이다.

질병은 바로 축사 바닥이 지저분한 것에서 온다는 것이 하 대표의 지론이다. 아무리 소독하고 치료제를 써도 바닥이 지저분하면 모두 듣지 않는다고 한다.

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하 대표는 "농민이 생산만 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항상 빈곤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즉 생산해서 3차 산업, 판매까지 해야 한다고 늘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친환경(무항생제) 인증과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도 그래서 받게 됐다.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려는 기초 단계였다.

무항생제 사육을 하면서도 큰 어려움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 하 대표는 축사 청결과 더불어 철저한 기록관리를 꼽았다.

하 대표의 기록장은 독특하다. 1권에 4년 치를 담는다. 한 페이지에 연도별로 4년 치가 모두 있다. 위에서부터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이 기록돼 있고, 날짜가 옆으로 매겨지는 형식이다.

즉 오늘 일을 기록하면서 작년 오늘, 재작년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방식이다. 계절별, 시기별 영농 내용을 4년전까지 날짜별로 알 수 있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수의사들에게 묻고 공부해서 쓴 처방을 지금 다시 하려면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처방 내역을 바로 알 수 있죠. 특히 소 키우는 사람들은 수정이나 분만 예정일에 맞춰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 있는데,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를 제때 관리하려면 철저한 기록은 필수입니다."

◇로컬푸드협동조합 결성 = 하지만 2007년 경남 최초로 무항생제 축산농가로 인증받고 HACCP 등으로 철저히 관리했으나, 유통과정에서 다른 소들과 차별화되지도 않았고,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통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농민회 경제협동사업을 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이스라엘 농촌공동체인 키부츠에서 11일동안 생활하며 공부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은 있지만, 유통이 목적이라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협동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참살이영농조합법인'이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모인 사람들의 뜻이 제각각이었던 것이 실패 이유였다.

결국 이를 포기하고 지난해 초 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만들어 이사장에 취임했다.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윈윈을 노린다.

진주 로컬푸드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생산과 소비를 한 공동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협동체로 바꾸어 지역 경제 민주화를 구현하고, 글로벌 푸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지역 중심의 '대안농산물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로컬푸드협동조합에는 현재 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은 200명가량이다.

◇직매장 2호점 내달 개점 =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집현면 덕오리에 친환경 전문 매장인 직매장 1호점을 개점했다. 또 직매장 옆에는 식당을 열어 직매장에서 구입한 육류를 상차림비(1인당 3000원)만 내면 구워먹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 식당이 최근 히트를 쳤다. 바로 '운석' 때문이다. 대곡면은 최근 운석이 발견돼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운석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언론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 대표 등은 '진주운석한우직매장'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음식 메뉴에 '운석 국수'와 '운석 비빔밥' '운석 국밥'을 써 붙였다. 특별할 것 없는 국수와 비빔밥이지만, 새 메뉴를 논의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운석'을 넣어 이름 붙이자는 의견이 나와 모두 무릎을 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안전하고 질 좋은 육류와 좋은 쌀을 이용한 맛있는 밥, 정갈한 반찬 등 기본적으로 맛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대박이었다.

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진주 중심부 진출을 위해 내달 1일 초전동에 직매장 2호점 개점을 준비 중이다. 1호점은 육류를 중심으로 하지만, 2호점은 채소 등 다양한 구색을 갖춘 친환경 매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직매장 2호점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로컬푸드를 제대로 지역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 하 대표의 포부다. 또한 기반이 갖춰지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까지 확대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농사에 전념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 대표는 밝혔다.

직매장 구입·택배 문의 전화 055-744-6661.

<추천이유>

◇류재숙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한우전문가 = 진주 영오한우농장 하영오 대표는 경상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니면서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해서 HACCP인증과 친환경, 무항생제축산물을 인증 받아 한우일관사육을 추진하는 지역 축산농가의 대부이자 계획교배로 번식우 우량집단을 조성한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또한 자가 수정으로 번식률을 향상시켰고 번식 기간 단축과 답이작사료작물 재배로 생산비를 크게 절감한 지역 최대의 한우 농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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