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 '착한커피' 커피트럭 청년 김지완 씨

'어제는 가평, 오늘은 인천, 매일 다른 곳에서 카페 위치를 알려요'라는 모 휴대전화 통신사의 광고처럼 커피트럭을 몰고 다니는 청년이 경남에도 있다. 김지완(29) 씨다. 지완 씨는 하늘색의 자그마한 트럭에 '착한커피'를 써 붙이고 커피를 팔러 다닌다.

◇"저는 축구선수였어요" =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커피를 팔게 된 것은 2012년 8월부터다.

축구와 커피.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지완 씨는 10살 때부터 축구화를 신었다. 마산합포초-중앙중-마산공고를 다니면서 그야말로 '축구'만을 꿈꾸며 살았다. 축구로 대학에 진학했다. 축구부 창단 멤버로 들어갔다. 운명이었을까. 축구부는 대학의 각종 비리 등으로 인해 폐지됐다. 대학 1학년을 마친 어린 나이. 그는 다른 학교를 알아보다 그마저도 잘 안 돼 축구를 포기한다.

"참 암담했죠. 10년을,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 기분, 그야말로 멘붕이었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군복무 문제가 찾아왔다.

커피트럭 '착한커피'를 운영하는 김지완 씨.

◇직장생활, 나의 인생은? = 국방의 의무를 해결한 지완 씨는 먹고사는 문제도 고민해야 했다. 지완 씨는 창원의 한 자동차 베어링을 만드는 공장에 들어갔다. "솔직히, 월급이 괜찮았어요. 경제적으로는 만족스러웠죠. 하지만 뭐랄까. 인생에서 뭔가 빠진 기분이었어요. 주야 교대는 너무 힘들었고요. 당시 살이 쭉쭉 빠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지완 씨는 '자신'을 찾고 싶었다. 막연하게 드는 생각은 '경치 좋은 곳, 한적한 곳에서 나의 커피숍을 차려볼까' 그뿐이었다.

뭔가에 홀린 듯했다. 커피를 배우기 위해 무작정 아르바이트를 했다. 마산합포구 합성동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다. 때가 맞았는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죽이 잘 맞아 일도 재미있었고 지완 씨는 커피에 푹 빠졌다.

조그마한 트럭을 샀다. 푸드카로 변신하는 데까지 2000만 원이 들었다.

   

◇커피, 그리고 '인연' = 지완 씨는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경남은행 본점 앞을 찾는다. 점심시간에는 차를 달려 옆동네에 있는 경남은행 BPR센터로 향하고, 이후엔 다시 본점으로 간다.

"(경남은행)본점 앞에서 장사하면서 친해진 분들이 BPR센터가 생기면서 옮기게 됐나봐요. 자꾸 저한테 점심시간마다 연락이 와요. 그쪽으로 와달라고. 하하. 한번은 '대량 주문'을 하는데, 고마워서 안 갈 수가 없잖아요."

메뉴는 1500원부터 3500원까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의외로 "착한 커피라면서 가격은 안 착하네"라는 사람들이 많단다. '길거리에서 파는' 커피라는 인식 때문일까.

지완 씨는 내리고 내린 최저 가격이란다. 이유는 원두 값 때문이다. 지완 씨는 창원시 해운동의 '몬스터로스터스(<경남도민일보> 2013년 1월 10일 자 7면 보도)'에서 원두를 직접 받아온다. 몬스터로스터스는 커피 맛으로 나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몬스터로스터스 박성환 대표는 알고 보니 제 지인의 지인이더라고요. 커피와 또 그 외에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아 매우 고마운 분이에요."

지역의 축제도 종종 찾아다닌다. 4월 초에는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를 찾았다. 곧 열리는 창녕유채꽃축제도 찾을까 한다고 전했다. 착한커피의 이동 소식은 지완 씨의 페이스북으로도 알 수 있다.

   

원하는 손님에게는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뽑아주기도 한다. 사진이 취미인 그는 즉석에서 사진을 뽑을 수 있는 프린터를 마련해놓았다. 트럭에는 온통 착한커피와 각지에서 만난 '인연'들이 붙어 있다.

스물아홉이다. 지완 씨의 부모님은 지난해까지 빨리 장가가라고 극성이었다고 했다. 작은 커피트럭에 올라탄 지완 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을까. 대답은 진지하다.

"이상하게도 올해들어 장가가란 소리는 뚝 끊어졌어요. 하하. 당연히 고민되죠. 착한커피를 하는 게 월급 받는 것보다 훨씬 못해요. 진짜 많이 팔 때 20만 원가량까지 팔아봤는데 재료값 빼면 그렇게 많이 남는 것도 아니고, 또 매일 그렇게 많이 팔 수도 없고요. 솔직히 말해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은 진행형입니다. 그래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내가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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