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11) 대전 계족산 황톳길

꽃비가 내린다. 형형색색의 소담스러웠던 꽃들은 연둣빛 세상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스러지는 꽃잎들이 주고 가는 마지막 선물 또한 놓치기 아깝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이제는 완벽하게 훈훈한 봄바람. 그 바람이 이끄는 대로 벚꽃잎이 흩날린다.

계족산(대전시 대덕구 장동 산85). 대전 외곽 동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대전 서쪽 경계선으로 계룡산 자락이 닿는다.

대전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계룡산이, 동쪽으로 계족산이 자리하는 셈이다.

<세종실록지리지> 회덕현조에는 "계족산은 현 사람들이 진산으로 삼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줄기가 닭발 모양으로 퍼져나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인근 송촌에 지네가 많아 지네와 천적인 닭의 이름을 붙였다고도 전해진다.

예로부터 가뭄이 심할 때 이 산이 울면 비가 온다고 해 비수리·백달산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산의 생김새가 봉황과 같다고 하여 봉황산이라 했다고도 한다.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 /최규정 기자

맨살을 조금 내어 놓아도 괜찮은 요즘, 계족산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맨발로 황톳길을 걸어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자연은 또 다른 선물을 준비했다.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맨발로 타박타박 황톳길을 걷는 기분은 '봄날은 가도' 쉬 잊히지 않을 듯하다.

길은 두 가지다. 황톳길과 임도. 폭 2m 정도의 황톳길과 4m 정도의 임도가 나란히 숲 속으로 안내한다.

'계족산 황톳길'은 숲 속 맨발 걷기라는 주제를 전국 최초로 시도한 건강여행길이다.

2008년 '여행전문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선정됐고, 2009년 한국관광공사에서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혔다.

유엔환경 어린이회의에 참석한 100개국 500여 명의 외국 어린이들과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 미셸 대통령이 맨발로 걸었던 곳이기도 하다.

적당히 물을 머금은 황토는 보드랍다. 물컹하다. 쫀쫀하게 차진 황토가 발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동시에 발 전체를 보드랍게 감싼다.

황토에는 미생물을 품은 효소들이 있는데 그들이 몸의 순환을 돕는다고 알려졌다.

'계족산 황톳길'은 맥키스사(옛 (주)선양) 조웅래 회장이 지난 2006년 지인들과 함께 산에 오르던 중, 뾰족구두를 신고 온 여성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고 맨발로 돌길을 걷게 되면서 시작됐다. 그날 밤 단잠을 자게 된 조 회장은 맨발 걷기의 효능에 반했고,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게 된 것.

황톳길은 장동산림욕장 입구~원점 삼거리~임도 삼거리~절고개 삼거리~원점 삼거리~장동산림욕장 입구로 이어진다. 총 14.5km로 넉넉하게 5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가는 길 중간에 만난 사방댐. 1만 3000톤의 물을 모아놓은 사방댐을 경계로 유유히 흐르는 물. 그 위로 내려앉은 꽃잎들이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꽃비가 흩날린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사방댐 위쪽으로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잠시 걷기를 멈추고 자연을 감상해도 좋다.

계족산에는 황톳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명품 100리 숲길과 장동산림욕장도 자리하고 있다.

숲이 주는 고마움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오롯이 숲에 안겨 황토까지 밟으며 타박타박 오르니 괜스레 황송하기까지 하다.

계족산 정상에 봉황정과 전망대가 자리한다. 그리고 동북쪽에는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로 유명한 계족산성이 있다.

계족산성(사적 제355호)은 계족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축조된 산성이다. 성안에서 백제시대는 물론 신라·고려·조선시대의 토기와 자기 조각이 출토되고 있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계속 사용된 산성임을 증명해 준다.

계족산을 찾았다면 꼭 한번 가기를 권하지만 가는 길은 만만하지 않다. 제법 가파르다.

탁 트인 정상은 답답한 마음을 헤아리는 듯하다. 보드라운 황토는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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