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육이 미래다] (2) 줄세우기보다 적성과 인성을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년 연속 꼴찌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설문조사를 하는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과 한국방정환재단이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관적 행복'이 2009년, 2010년에 이어 3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했다.

경남도교육감 예비후보들도 하나같이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도 서울의 한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 행복지수를 언급했다. "행복지수가 그렇게 높지 않다.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학생들이 항상 긴장하고 공부를 즐겁게 하기보다 시험 위주로 하는 것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앗아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6·4 경남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교 현장과 학생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10명 중 7명 학업 스트레스 = 일류대학만을 바라보는 학교 교육이 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 주 요인은 학업성적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7명 이상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소년 스트레스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 자원봉사활동의 조절효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74.1%가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분석 결과 조사대상 청소년들의 74.1%가 학업 스트레스, 38.3%가 가족 스트레스, 14.2%가 친구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해 청소년들이 학업에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청소년의 약 20%는 스트레스 정도가 심해 우울 증세를 나타냈다.

이에 입시 위주의 공부와 시험 스트레스에 지쳐 있는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살려주겠다고 자유학기제가 등장했다.

   

도내는 지난해 지정된 창원 창덕중학교와 거제중앙중학교에 이어 올해 하동중앙중학교와 거창여자중학교, 김해대동중학교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이들 학교는 중학교는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수업과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을 찾고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도내에서 처음으로 자유학기제 공개수업이 열렸던 창덕중학교 학생들은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자유학기제는 오는 2016년부터 전 중학교에 도입한다.

하지만 자유학기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자유학기제 시행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학기에 학업 부담이 더해진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입시제도에 변화가 없는 이상 자유학기제 실행은 제약이 따른다.

특히 올해부터 고입선발고사를 도입하는 도내 중학생들은 이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경쟁적 진학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관계자는 "진로 적성 탐색이라는 도입 목적의 효과를 거두려면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중학교 3학년 2학기,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등 연속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방향과 교육과정과 연계한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덕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 모습. 직업군인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이미지 기자

◇자살 위험 관리 필요 =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청소년의 정서적 불안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도교육청이 발표한 초·중·고등학교별 '2013년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중학생들이 이른바 '중2병'이라고 불리는 정서적 어려움을 크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중학생 4045명이 학교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아야 하고, 의료기관과 Wee센터 등에서 2차 조치를 취해야 하는 관심군 학생이었다.

이번 검사 결과 도내 청소년 14만 4399명 중 9708명이 2차 조치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2192명, 중학생 4045명, 고등학생 3471명이었다. 특히 중학생이 많았다. 또 이들 중 자살 위험 등이 높아 긴급 조치가 필요한 학생은 3031명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전문기관에 우선으로 의뢰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상담교사들은 정부와 지역, 학교차원의 체계적 대응관리를 강화하고 우선관리 학생에 대한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여러가지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학업을 중단한 도내 초·중·고등학생은 3389명이다. 도교육청은 올해 꿈키움 멘토단을 구성해 학업중단 위기 학생과 지역사회 상담자원봉사자 등을 연결해 꿈키움 멘토링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성적에 치이고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고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가슴도 채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전시행정에서 벗어나야 = 그래서 학교 현장은 인성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협력하고 더불어 살 줄 아는 인성 함양이 교육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학교현장의 인성교육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가깝다.

도교육청이 지난 11일 2014년 인성교육중심수업 실천을 위한 수업연구 동아리 연수회를 열었고, 지난 12일 경상남도교육청은 수업 속에서 창의·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수업연구회 연수회를 열었다.

이렇듯 인성 수업은 연수회를 중심으로 공개되고 있다.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인성'이라는 단어를 붙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평소 수업에서 일상생활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처럼 행해지고 있다.

창덕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 모습. 영어시간에 초콜릿을 이용해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이미지 기자

창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인성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인성 교육을 한 것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가는 게 안타깝지만 연수나 동아리라도 진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학교 모든 활동을 인성교육의 장으로 전환해야 하고 학교교육 전반에 걸쳐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 여러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지 않고 단지 인성교육 프로그램만 별도로 운영한다면 교육적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삼천포초등학교가 진행하는 인성프로그램 중 한 모습. 학생들이 효에 대해 배우고 있다. /삼천포초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