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해외여행은 호주에서 시작되었다. 호주워킹홀리데이 동호회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세 명과 함께 같은 날 같은 비행기로 호주를 가게 되었다.

일단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시드니에서 가장 크다는 공원, 하이드파크로 갔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사람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감상했다. 그런 우리 곁에 누군가 다가왔다. 그는 미국에서 온 흑인으로 이름은 보비손이었다. 보비손과 우리는 영어로 또는 보디랭귀지로 서로 문화와 생각을 공유하며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한참을 신나게 수다를 떨고도 아쉬움이 남아 다음날 낮 12시에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처음 외국인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서 숙소에 있던 다른 한국인에게 자랑을 하고 다녔다. 한껏 신이 난 우리는 보비손을 위해 한국식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밥집에서 10개월간 일했던 경험을 살려 내가 김밥을 싸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모자란 부분은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드디어 다음날. 우리는 슈퍼스타를 만나기로 한 것처럼 가슴 설랬다. 혹여 그 친구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앞섰다. 약속 장소인 하이드파크로 갔다.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크게 상심했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결국 느지막하게 그가 왔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그를 반겼다.

우리는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며 신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드니 곳곳을 함께 걸으며 시내 구경도 했다. 보비손은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주었다. 자신의 형이 마이클 잭슨이라고 했다. 형이랑 지금 떨어져 있지만 곧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내가 처음 사귄 외국 친구가 마이클 잭슨의 동생이라니. 같이 있던 친구 중에 마이클 잭슨 열광적 팬이 있어 그의 유명한 곡들을 줄줄이 외우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친구는 점점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알 만한 마이클 잭슨 곡을 그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보비손은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고 하는 친구에게 유달리 관심을 보였다. 지나가는데 리무진이 보였다. 별로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는데 보비손이 사진을 찍자며 우리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리무진 앞에 선 우리에게 그는 과도하게 스킨십을 했다. 조금 불쾌했지만 처음 사귄 외국인 친구를 무안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점점 더 이상해졌다. 과도하게 친구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그 친구가 마음에 든다고 단둘이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알고 보니 그는 미국에서 오지도 않았으며 마이클 잭슨의 동생도 아니었다. 단지 동양 여자가 좋아서 접근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첫 외국인 친구에 대한 이미지가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마이클 잭슨 동생이라고 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외국인이라는 사실에 평소라면 믿지 않았을 것도 믿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보비손은 아직도 그 주변을 배회하며 동양 여자를 찾고 있을지 모르겠다. 낯선 곳에서 낯선 남성과 마주치는 일이 계속 두려워질 거 같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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