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박태기나무

며칠전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이었고, 온 나라가 나무 심는 소리로 떠들썩한 식목일이기도 했다. 이즈음에는 마치 진분홍 팝콘이 터진 것 같은 화사한 꽃이 봄처녀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도 한다. 봄꽃이 대부분 하얗거나 연분홍 같은 맑은 색인데 비해 박태기나무 꽃은 독특하게 튀는 진분홍색이다.

◇왜 박태기나무? = 이 나무의 꽃봉오리는 달려 있는 모양이 마치 밥알처럼 생겼다. 그런데 우리 경상도에서는 밥알을 '밥티기' 혹은 '밥태기'라고 말한다. 즉 '밥태기'와 닮은 꽃봉오리를 연상하여 부르던 이름이 '박태기나무'가 되었다고 전한다.

북한에서는 남쪽과 다른 이름인 '구슬꽃나무'라고 하는데, 활짝 핀 꽃이 아니라 지금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는 뜻인 것 같다. 같은 나무인데도 남쪽과 북쪽의 바라보는 느낌이 다르다. 남쪽은 먹는 음식을 장난기 섞인 뜻으로 비유했고, 북쪽은 아름다운 분홍 구슬에 비유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북쪽 사람의 감성이 남쪽보다는 훨씬 풍부한 듯하다.

밥알을 닮은 진분홍색 박태기나무. /김인성

◇박태기나무의 삶 =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부 이남의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스님을 통하여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짐작된다. 잎사귀를 살펴보면 새순부터 아주 작은 하트 모양으로 돋아나 아기 손바닥만 한 특이한 하트모양의 잎이 달린다.

유럽박태기꽃은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우리 박태기도 식용이 가능하지만 씹어보면 아린 맛이 나는 독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히 새로 나온 잔가지의 나무껍질은 노란색 염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껍질과 뿌리는 민간약으로 쓰이며 삶은 물을 마시면 오줌이 잘 나오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중풍·고혈압을 비롯하여 통경·대하증 등 주로 부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박태기나무 이야기 = 그리스말로 칼집을 'Cercis'라 하는데, 박태기나무는 콩과식물이라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어디든 잘 자라며, 가을이 되면 마치 칼집처럼 생긴 꼬투리가 달려서 '칼집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이 나무에 목매어 죽었다고 하여 유다 나무(Judas tree)라고도 한단다. 곧 부활절이 다가온다. 승천한 예수님이 다시 부활하게 되면 지금 여기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 배신자들은 마음이 유다처럼 얼마나 불편할까….

/김인성(남해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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