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각시메뚜기

봄 햇살이 익고 있다. 봄 햇살이 꼬들꼬들해졌다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면 여름이 시작된다. 꼬들꼬들해지는 4월 봄 햇살은 참 좋다. 사람과 곤충 모두에게 같은 느낌인 모양이다. 3월 중순 봄 햇살을 즐기는 각시메뚜기를 만났다. 그저께는 봄 햇살 아래서 울고 있는 꼬마여치베짱이와 각시메뚜기를 다시 만났다.

3월에 메뚜기를 만났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다. 대부분 곤충들이 알로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는데 각시메뚜기는 성충 상태로 월동을 한다. 겨울 혹한을 견디면서 성충으로 월동하는 것을 보면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60여 종의 메뚜기가 있다. 각시메뚜기라는 이름은 각시처럼 예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어디가 그렇게 예쁠까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데 유별나게 예쁘다고 인정할 그런 외모는 아니다. 이름과 달리 다른 메뚜기보다 조금 더 크고 각시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더 강해 보인다. 다른 메뚜기와 쉽게 구별되는 점은 눈 아래에 있는 까만 다크서클 같은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각시가 시집가기 전날 엉엉 울다가 흐르다 맺힌 눈물 자국은 아닐까 하고 상상을 하거나, 눈화장을 짙게 한 시집가는 각시 눈이라는 생각을 하면 제법 이름과 모습이 어울린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속담이 있다. 제때를 만난 듯이 한창 날뛰는 사람을 풍자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전성기의 한계가 짧음을 빗대어 풍자할 때 쓰는 속담이기도 하다. 메뚜기는 성장 환경이 만들어지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것에서 유래한 속담일 것이다. 메뚜기가 이 속담을 듣는다면 기분이 언짢을 것 같다. 모든 생물들은 성장 환경이 좋으면 대부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보편적 현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 홍보 방송 소리가 자주 들린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속담과 어울리는 풍경이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정치인,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시민들을 바라보는 모습, 먼저 손을 내밀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 모두가 선거철 한때만 볼 수 있다. 한철이 아니라 임기 내내 저런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한철의 편안함을 선택하지 않고 찬 겨울을 이겨낸 각시메뚜기가 더 멋져 보이는 이유다.

/변영호(오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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