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맘대로 여행] (10) 세종시 베어트리 파크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 '너무'라니, 얼마나?"

"봄날의 곰만큼."

"그게 무슨 말이야, 봄날의 곰이라니?"

"봄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같이 부드럽고 눈이 똘망똘망한 새끼 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말을 건네지.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안 하겠어요? 그래서 너와 새끼 곰은 부둥켜안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그거 참 멋지지?"

"정말 멋져."

"그만큼 널 좋아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1987)에 나오는 대화다.

지천의 꽃들을 뒤로하고 봄날의 곰을 찾아 멀고 먼 세종시를 찾은 건 순전히 책과 영화가 만들어낸 판타지 '봄날의 곰' 때문이었다면 과장일까?

동물이 있는 수목원, '베어트리 파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가는 길 내내 이제 막 남쪽 나라에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을 따라 꽃망울을 틔우는 꽃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지루함을 달랜다.

반달곰동산.

달리고 달려 도착한 베어트리 파크(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 신송로 217).

곰과 나무가 있는 공원.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오색연못이다. 살짝 무지개를 본 것도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연못 안에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사람들 발소리를 따라 움직인다.

베어트리 정원을 지나 달려간 곳은 반달곰 동산이다. 반달가슴곰의 다양한 생태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베어트리 파크의 상징 같은 곳이다.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동물원은 결국 동물이 아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제법 많은 곰이 사람들을 반긴다. 아기곰은 아기곰끼리, 큰 곰은 큰 곰들끼리 무리를 지어 놀고 있다.

아기곰들은 사람들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를 타며 제 할 일을 하지만, 제법 큰 곰들은 사람들 방문이 익숙한지 먹이를 달라며 애교를 부린다.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곰∼." 수만 번은 불렀을 엄마 아빠의 노래 덕분인지 곰을 만나는 아이들의 눈빛은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다.

따뜻한 햇살을 받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낮잠을 자는 곰. 우직해 보이는 커다란 몸에 짧은 팔을 모아 한껏 애교를 부리는 곰. 여유롭게 노는가 싶더니 갑자기 먹이를 두고 서로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는 곰 등 다양한 모습이 펼쳐진다.

베어트리 파크에는 곰만 있는 게 아니다. 염소와 기니피그, 비글 등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은 나무, 그중에서도 '돌이 돼 버린 나무'다. 나무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단단한 돌로 바뀐 것이다.

신이 내린 나무.

나무는 대개 죽거나 땅속에 묻히면 미생물과 박테리아의 왕성한 활동으로 분해되어 없어진다. 그러나 늪지대, 갯벌의 습한 진흙지대 또는 모래나 화산재의 날림에 의해 땅속에 묻히면 나무 조직 사이로 지하에 용해되어 있던 광물(주로 이산화규소)이 스며들어 원래 나무성분은 다 없어지고 나무 자체의 구조, 조직, 나이테 등이 고스란히 남아 단단한 돌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나무화석(목화석 또는 규화석)이다.

공원에서는 이런 나무화석들을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약 8000만 년에서 1억 2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들이라는데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것이란다.

상상할 수 없는 세월을 지나온 나무이자 돌은 감탄을 자아낸다.

웅장한 모습의 대만 편백나무 뿌리로 만든 '신이 내린 나무' 앞에 눈길이 멈춘다.

대만 중부에 있는 아리산의 산악지대 절벽에서 자란 거대한 대만 편백나무 뿌리로 만들었다는데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2000년 이상 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해발 1800∼2500m 사이의 고산지대 원시림에서만 자라 피톤치드가 나무껍질의 박테리아 성장을 방지해 수천 년 동안 장수할 수 있었단다.

나무화석.

그뿐이 아니다. 시간이 지닌 아름다움 혹은 위대함을 간직한 백송.

오랜 세월 그대로 새하얗게 내려앉은 백송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껍질이 벗겨져 기품 어린 백색의 원줄기를 드러내는 희귀 소나무다.

향나무 동산으로 향했다. 수령 100년 이상 된 향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다.

비록 곰과 뒹굴 수는 없지만 이제는 정말 따스해진, 온몸을 온기로 감싸주는 봄 햇살을 껴안고 향나무 숲에서 긴 호흡을 내뱉는다.

오색연못.

4월부터 9월은 오전 9시~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beartreepark.com)를 참조하면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