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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건강 위해 묵 만들다 식당까지 차려

[경남 맛집]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묵향기'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2014년 04월 09일 수요일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경남지방조달청 맞은편에 자리 잡은 묵요리 전문점 '묵향기' 사장이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조성옥(46) 씨의 첫 마디다.

묵향기에서는 돼지고기 대신 말린 묵에 옷을 입혀 튀겨낸 '묵탕수육'과 소고기 대신 말린 묵을 넣어 만든 '묵잡채'가 가장 인기 메뉴다.

조성옥 씨가 묵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당뇨가 심한 남편 때문이었다.

"고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식재료가 대부분 고기니까 길들여진 거죠. 고기를 유달리 좋아하던 남편이 당뇨 때문에 식이조절을 해야했어요. 묵이 칼로리도 적고, 말린 묵은 고기 씹는 것 이상이라 즐겨 해먹었죠."

묵향기를 찾는 이들이 즐겨 먹는 묵요리 코스 메뉴를 맛봤다. 묵채, 묵무침, 묵전병, 묵잡채, 묵탕수육, 묵전, 묵불고기, 묵조밥 총 8가지 음식이 나온다.

   
  묵불고기. /박일호 기자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먹도록 한 누룽지 샐러드는 위장에 음식이 들어간다는 신호를 보내기에 좋았다. 누룽지를 물로 끓여내는 집은 봤어도, 샐러드로 내놓는 집은 처음이다.

묵채는 도토리묵을 길쭉하게 잘라 살짝 데친 숙주나물, 시금치, 당근, 달걀 노른자 지단을 올려 멸치육수를 붓는다. 겨울에는 끓여서 손님상에 내고, 여름에는 얼린 육수를 얹어 시원함을 더한다.

다음은 묵무침. 접시 한쪽에는 미나리·당근·양배추가 초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쳐 나오고, 그 옆에 양념장이 묻지 않은 깨끗한 묵이 세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세 조각 놓여 있다. 양념장이 묻지 않은 묵을 입안으로 가져가니 쌉싸름하면서도 떫은 맛이 혀끝에 남는다.

생긴 건 꼭 아바이 순대와 같은 모양을 하고 두 줄로 서 있는 묵전병은 생김새는 고기 맛이 날 것 같지만 반전이 있다. 한 줄은 볶은 무로, 다른 한 줄은 으깬 두부와 신김치로 채워진 소가 가득하다.

순대의 겉옷이 돼지 창자라면 묵전병의 겉옷은 도토리가루이다. 만두피처럼 피를 만드는데, 손바닥 두 개 크기만 한 피에 소를 넣어 동그랗게 말아서 쪄낸 뒤 순대처럼 썰어낸다.

   
  묵무침. /박일호 기자  

묵잡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새끼손가락 크기만 하게 말려 나온 묵이다. 수분이 빠진 묵은 무말랭이처럼 쪼글쪼글 주름진 게 '묵말랭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쫀득하면서도 가운데 힘줄이 있는 것 같아 고기 씹는 맛과 비슷했다.

묵향기의 잡채 당면은 색이 고동색에 가깝다. 물어보니 말린 묵과 당면을 함께 물에 불려 당면이 묵에 물들어 그렇다 한다.

드디어 묵탕수육이다. 생김새는 중국집에서 보는 탕수육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맛에서는 미세한 차이가 났는데 주인장은 튀김옷에 생강가루를 넣어서 그렇단다. 생강 때문인지 고기를 대신한 말린 묵 때문인지 탕수육을 산뜻하게 말끔히 비워낼 수 있었다.

   
  묵탕수육. /박일호 기자  

여섯 번째 묵전. 흑갈색에 가까운 납작한 전은 부추전·파전 등 초록빛 나는 전과 달리 식욕을 돋게 하는 힘은 부족해 보였다. 전을 찢으면 부추·팽이버섯·빨간고추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푹신한 식감과 함께 적당한 기름짐이 막걸리가 생각나게 한다.

8가지 묵요리 중 고기가 들어간 요리가 딱 하나 있다. 묵불고기는 일종의 '뚝불'(뚝배기 불고기)과 비슷한 맛을 낸다. 호주산 소고기와 묵말랭이가 양념돼 뚝배기 안에 함께 놓여 있다.

마지막 묵조밥은 흰쌀에 조를 넣어 지은 밥과 큰 대접에 비벼 먹을 수 있도록 겉절이처럼 뜯어놓은 상추와 묵이 담겨 나온다. 양념장을 기호에 따라 조절해 비벼 먹으면 된다.

   
  묵조밥. /박일호 기자  

묵향기에서 묵요리 8가지를 맛보는 동안 요리 공부를 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재료의 다양한 변신과 조리법을 엿볼 수 있었다. 묵요리의 기본인 묵채, 묵무침, 묵조밥으로 매끈한 묵 맛을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고, 강한 불에도 조리 가능한 말린 묵으로 묵탕수육, 묵잡채, 묵불고기 등 묵의 놀라운 변신을 감상했다.

여기에 도토리가루를 이용해 피를 만든 묵전병과 갈색의 묵전까지 요리 학교가 따로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장에서 만든 묵을 쓴다는 것, 그리고 국산 도토리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말린 묵은 여름에는 이틀, 겨울에는 일주일 정도 직접 햇볕에 자연 건조해서 쓴다.

즐기면서 요리하고, 삶의 쉼표를 자신에게 제공하며 살아가는 주방장 조성옥 씨 덕분에 묵향기에는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묵잡채. /박일호 기자  

조 씨는 매주 목요일에는 1시간 전에 가게를 나선다. 오후 8시부터 두 시간씩 하는 기타 연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타가 없었다면 다시 식당을 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라 말했다.

마흔셋에 기타를 시작해 아파트 내 기타동아리 '기타풍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계산대 맞은편에 비치해둔 기타를 들고는 "묵향기에 가면 기타도 칠 수 있다고 안내해 달라"고 웃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묵요리 코스 1만 2000원(2인 이상) △묵조밥 6000원 △묵채 6000원 △묵불고기 7000원 △묵전병 5000원 △묵무침 1만 원 △묵잡채 1만 원 △묵탕수육 1만 원 △묵전 1만 원.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쉬는 시간: 오후 3∼5시).

◇위치 : 창원시 의창구 상남로 234번길(신월동) 2층.

◇전화 : 055-264-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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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