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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녹색 비단옷 갈아입은 '우포의 봄'

[우포늪에 오시면] (88) 봄의 우포늪에서

노용호(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webmaster@idomin.com 2014년 04월 08일 화요일

조류인플루엔자로 우포늪이 통제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생각보다 길어진 방문 통제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합니다. 아름다운 우포늪의 봄소식을 알리고 싶은 텔레비전과 신문 등 대중매체에서 언제부터 우포늪 방문이 가능하냐고 연락이 자주 옵니다. 4월 30일까지는 출입이 통제될 예정이라 하니, 연한 녹색의 비단 옷을 입은 우포늪 보기를 가슴 졸이던 우포늪 팬들이 더욱 안달이 났습니다.

◇봄철 피어나는 나뭇잎

겨우내 갈색으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던 많은 우포늪의 풀들과 나뭇잎을 보다가 봄의 우포늪을 보노라면 경외감을 느낍니다. 아름다운 우포늪을 이루는 많은 형제들 중에서도 크기로 인해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나무들입니다. 물가의 나무들이 첫째가는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연녹색 잎들을 보노라면 온갖 잡념도 사라지고 새로운 힘을 받습니다. 부활한 것 같은 나무들을 보고 오면 또 보고 싶은 것이 봄 날 우포늪의 나무들입니다. 나무가 좋아 날마다 나무들에게 인사하러 간다는 시(詩)가 있네요.

   

숲속에는 내가 잘 아는 나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나무를 만나러 날마다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키 큰 나무와 제일 키 작은 나무에게 나는 차례로 인사를 합니다./ 먼 훗날 당신도 이 숲으로 오겠지요./ 내가 동무삼은 나무들을 보며 그때 당신은 말할 겁니다./ 이렇게 등이 굽지 않은 언어들은 처음 보겠구나 이렇게 사납지 않은 마음의 길들은 처음 보겠구나(곽재구의 '나무' 중에서).

시를 몇 번 읽으니 나무에게 매일 인사한다는 그 시인은 이미 나무와 형제가 되었고 언젠가는 나무로 다시 태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가을이 되면 상록수를 제외한 많은 나무들은 잎을 떨구어 속살을 보여주고 자신을 키우는 양분을 만들어 갑니다. 나무에게서 평화로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나무들은 게으른 친구들이 아니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햇빛과 물은 나무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양식이겠지요. 어느 식물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무들은 더 많은 햇빛과 물을 얻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나무에게서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그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우포늪 주변에 주매(主梅)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이름이 매화와 인연이 있어 매화나무를 수년간 심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니 그 나무들이 제법 커서 봄이 오면 매화꽃을 따서 매화차(梅花茶)를 마시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매화꽃차를 좋아하는 그 분들 중 한 분은 "가르치는 대학교의 학생들이 커피만 좋아하고 차를 싫어하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딴 매화꽃으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매화꽃차를 마시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저도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마침 그 다음날 학생들과 생태관광 수업이 있었는데, 매화꽃을 뜨거운 물에 넣으니 놀랍게도 오므라져 있던 그 꽃잎이 방긋 웃으며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러한 즐거움이 있어 힘들어도 나무를 심는 모양입니다.

◇습지와 인간

우포늪에는 제방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포늪생태관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대대제방이 나옵니다. 주매제방도 있고 목포제방도 있고 그리고 사지포제방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쌓아졌다고 하는 대대제방이 인간과 습지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우포를 아는 분들은 1930년대 대대제방을 일본인들이 쌓았다 하거나, 1872년 조선시대 지방 지도에 우포늪이 나온다고 해설을 하기도 합니다.

   

그 이전에 우포늪에 주민들이 살아온 흔적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고려시대와 그 이전 이전에도 우포늪 부근에서 사람들이 물고기 잡고 농사 지으면서 살아 왔을 겁니다. 우포늪 부근에서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흔적은 대합면 주매리에서 발굴된 창녕형 가야토기들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포늪에 살아온 주민들의 역사는 적어도 1500년 이상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포 인근의 청동기 시대 유적은 최근까지 발굴되지 않았지만. 가야시대 사람들의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우포늪이 인간과 오래 전부터 관계를 해온 흔적입니다. 우리 인간이 오랫동안 습지인 우포늪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역사와 문화적 자료입니다.

습지는 아름다운 정경을 인간들에게 주고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공급해주는 등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우포늪의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나무에게 매일 인사하러 간다는 시인처럼은 못되겠지만 도움을 주면서도 자신을 나타내지 않는 우포늪의 심성에 존경을 표하러 자주 가고 싶습니다. 어린시절 읽은 <큰바위 얼굴>이라는 단편 소설이 생각납니다. 우포늪이야말로 자신을 자랑하지 않으며 묵묵히 헌신해온 큰바위 얼굴이 아닐까요?

/노용호(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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