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바로 알기] (3) 선택 우리동네 일꾼

기초의회가 지닌 모든 권한은 유권자에게서 나온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또 다른 몫이라 하더라도 기초의회가 유권자 요구를 기반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단, 조건이 있다. 모든 유권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는 하나 이를 좀 더 당당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는 한정적이다. 기초의회는 투표한 유권자가 더 누릴 수 있다.

◇투표한 유권자만의 권리 = 유독 낮은 지방선거 투표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1회 지방선거(1995년) 68.4%, 2회 지방선거(1998년) 52.7%, 3회 지방선거(2002년) 48.9%, 4회(2006년) 51.6%였다. 투표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던 지난 선거 역시 최종 투표율은 54.5%에 그쳤다. 평균은 55.22%다. 비슷한 시기에 대선 투표율(1992∼2012년)이 평균 74.44%, 총선 투표율(1996∼2012년)이 평균 56.4%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낮은 투표율은 대개 두 가지 문제점을 불러온다. 첫째 유권자 무관심이 커진다는 점이고, 둘째 당선자(기초의원)가 유권자를 도외시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요구와 감시는 줄고 권한만 잔뜩 쌓인 꼴로 자연히 기초의회를 활용할 방법,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을 하면 한없이 많고 안 하면 한없이 편한 사람이 기초의원이라는 말이 있다. 기초의원은 1년 내내 꼬박 출근할 필요도 없고, 괴롭히는 상사도 없다. 일을 잘 못해도 정리해고는 당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수많은 권한을 누린다. 예산을 싹둑 자르고, 집행부 계획을 뒤엎고 자치단체장을 불러내 현안을 따져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기초의원이다.

그런 기초의원이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하나 있다면 이는 바로 유권자다. 끊임없이 요구하고 질책하는 사람, 기초의회 기능을 잘 알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유권자야말로 기초의원이 섬기며 따라야 할 존재다. 그러나 그런 유권자마저 기초의회를 등한시하며 애초 투표권조차 행사하지 않는다면 기초의회는 존재 의미가 없다.

지난 1월 창원시 진해구 일부 지역에서는 창원시가 하수도관(하수관거)·하수종말처리장을 사용하지 않는 진해지역 시민에게 수년간 요금을 부당하게 부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평생 묻힐 뻔한 이 문제는 유권자가 기초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부당한 요금징수에 의문을 느낀 유권자가 찾은 곳은 기초의회였다. 유권자는 지역구 기초의원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의원은 이를 공론화했다. 결국, 창원시가 단순 행정 착오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진해구민에게 6450건·1억 8800만 원에 달하는 하수도요금을 부당징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창원시는 곧바로 환급조치를 취했고 관련 조례 개정 필요성을 논의하며 문제는 일단락됐다.

유권자가 이처럼 자연스럽게 기초의회를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기초의회 가치가 부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또 뭘까.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제 손으로 직접 일꾼을 뽑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잘 부린 기초의회, 동네를 바꾼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5선에 도전하는 김종대(60·새정치민주연합) 창원시의원. 김 의원은 하루 평균 1∼2건의 민원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하수구가 막혔다', '방치된 쓰레기를 치워달라', '도시가스를 설치해 달라'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기초의원이 이를 힘들어하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유권자, 특히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권자·기초의원 간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우리 동네가 바뀌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더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것이다"며 "오히려 이를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기초의회가 마을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하며 '동네자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일회성 민원 해결만으로 우리 동네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당장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마을공동체 미래를 그리는 구심점으로 기초의회가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권자는 투표로 기초의회 문을 두드리고, 기초의회는 주민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그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기초의회를 바로 아는 방법은 멀리 있지도 어렵지도 않다. 오로지 투표라는 기본 전제만이 있을 뿐이다. 6·4 지방선거, 잘 뽑고 잘 부린 기초의회는 내가 살아가고 아이들이 살아갈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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