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맘대로 여행] (9) 익산 보석박물관과 함벽정

보석 같은 꽃들이 만개했다.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의 진달래, 수줍은 듯 새하얀 매화와 연분홍의 벚꽃이 신록의 잎들과 만들어내는 향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딜 바라보든 눈은 즐겁다. 자연의 조화가 새삼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석 같은 꽃, 꽃 같은 보석을 찾아 떠난 곳은 전북 익산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봄에 가볼 만한 곳 -팔도 벚꽃 나들이 지역'으로 전북 익산을 선정했다.

익산 벚꽃 여행지는 '역사 위에 피어난 익산의 봄'을 주제로 보석박물관과 함벽정을 포함해 왕궁리 유적지, 소천마을, 함라산 임도 산책로, 웅포 관광지 등을 연계하는 코스다.

온 가족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 선택한 곳은 보석박물관(전북 익산시 왕궁면 호반로 8번지).

보석박물관에 있는 순금으로 만든 백제 사리장엄./최규정 기자

국내 유일의 보석테마박물관인 보석박물관을 비롯해 화석전시관과 공룡 테마공원, 그리고 벚꽃이 필 때 빼어난 경치를 선물한다는 함벽정까지 옹기종기 모여 있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봄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꽃들이 진회색의 무심한 고속도로 위에도 따뜻한 생명을 한껏 불어 넣었다.

익산 IC를 지나 5분 남짓(0.8km) 달리다 보면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수억 원대에 이른다는 보석들이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초대의 장, 인식의 장, 체험의 장, 역동의 장, 감동의 장 등 7개의 전시관으로 나뉜 박물관 안은 우주 공간 같은 신비스러운 어둠 속에서 보석들이 반짝이고 있다.

백제문화유적인 순금 미륵사지 석탑(7725g)과 순금 사리장엄(1792g)을 재현한 작품 등이 눈에 띈다. 절정은 '감동의 장'에서 만난 '보석꽃'이다.

보석박물관 '감동의 장' 보석꽃./최규정 기자

백수정을 볼(bowl) 주위에 45줄기 18k 금으로 장식하고, 2641개의 꽃을 만들어 각종 보석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124개의 잎사귀 연옥과 그린 애너멀, 15개의 18k 금으로 만든 잎사귀, 213개의 다이아몬드와 36개의 만다린 가넷꽃 등으로 구성했다. 말 그대로 꽃 같은 보석이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원석을 사람 손을 이용해 꽃으로 탄생시킨 그 정밀함이 놀랍다.

'역동의 장'에는 보석광산의 갱을 실물에 가깝도록 만든 동굴벽에 광맥, 채굴모습, 채굴장비 등을 재현했다. 원석들이 세공 과정을 거쳐 형형색색의 빛을 지니는 보석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실감 나게 전시하고 있다.

보석박물관 입장권(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을 구매했다면 화석전시관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엔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시대별로 다양한 화석과 익룡, 수장룡, 어룡 등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공룡 테마공원은 따사로운 햇살 속 맘껏 뛰어놀기 좋은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꽃 같은 보석을 감상한 후 보석 같은 꽃을 감상하려 자리를 옮긴다.

왕궁저수지가 준공된 1920년쯤, 익산의 부호였던 송병우가 주변의 빼어난 경치를 즐기려고 건립했다는 함벽정.

10분 남짓 완만한 경사의 길을 올라가면 된다.

저수지 수문 옆 50여m 높이의 바위 위에 정자를 짓고, 주변에 벚나무를 심었으며 주변 연못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하얀 연꽃을 심었다고 한다.

벚꽃 풍경이 아름다운 함벽정./최규정 기자

푸른 빛이 감도는 저수지의 물을 그려 함벽정(涵碧亭)이란 이름을 붙였다. 1986년 9월 8일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27호로 지정됐다.

봄에 벚꽃이 만발해 저수지 물에 비칠 때면 정자 이름 그대로 풍경이 극치를 이룬단다.

등줄기에 살짝 땀이 난다. 정자 속으로 들어가니 훈훈했던 바람이 서늘한 바람으로 바뀌어 땀을 식혀준다.

정자가 만들어내는 사각의 프레임 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방의 풍경을 감상해 본다.

함벽정으로 올라오는 길의 벚꽃들은 만개해 벚꽃 터널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저수지와 맞닿아 있는 벚꽃들은 봉오리를 잔뜩 머금고 있다. 조만간 꽃망울을 터뜨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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