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권리다:경남 5대 의제] (4) 젊은 예술인 지원 대책

마산 출신의 가수 김태춘(33)은 기성세대에 비판적이다. 그는 지난 2007년 고향을 떠나 부산과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서울로 떠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서는 지역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지역에서 발붙이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창원에서 활동 중인 30대 중반의 화가 ㄱ씨는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도 벌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작업실 겸 카페를 운영했다. 하지만 손님 접대하고 커피 만들고, 장사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예술 활동과는 멀어지게 됐다. "어느 날은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출가 겸 배우 장종도(30) 씨도 "경남도의 공연비 지원이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다. 예술계 내에서도 분야별로 밥그릇 싸움하는 양상이라 안타깝다. 돈 안 받고 해보겠다 마음도 먹어 보지만 지원이 없으면 힘들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경남의 젊은 예술인들에겐 두 가지 두터운 진입 장벽이 있다.

하나는 서울과 지역 간의 벽이다. '예술을 할 거면 좀 더 큰물에서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서울로 향하지만 이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힌다. 예술가로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피할 수 없다.

   

또 다른 하나는 기성 예술계의 벽이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예술계에 진입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작품은 보기도 전에 평가절하된다.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기성 예술계의 벽 '이중삼중고' = 2014년 2월 현재 광역 지역문화재단 12곳 중 유일하게 경남만 젊은 예술가(혹은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이 없다. 젊은 예술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프로 예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지역에서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능력 있는 예술가들이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 부산문화재단의 '청년문화집중지원사업', 대구문화재단의 '신진예술가지원사업', 대전문화재단의 '차세대 아티스타(artiStar)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경남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차원에서 작업 공간과 창작지원금을 지원해주는 '경남예술창작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각 분야에 한정됐다. 그리고 만 25세 이상 예술가 전체를 대상으로 해 세대 구분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재단마다 다양한 프로그램 =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2014년 기준 시비 4억 5000만 원)은 지난 2005년부터 운영해왔다. 지난해부터 예술지원팀과 창작공간(문래예술공장·홍은예술창작센터·서교예술실험센터)과 연계해 연습실, 전시 공간, 발표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광역 지역문화재단과 차별성은 지원 자격이다. 타 지역은 공모 대상이 만 35세 이하 예술인이지만 서울문화재단은 데뷔 10년 이내 예술가 혹은 단체로 한정했다.(시각예술 제외)

대구문화재단이 지난 2012년 처음 시작한 '신진예술가지원사업'(2014년 기준 시비 1억 6000만 원)은 국내 처음 선보인 선진형 지원 모델이다. 무용·연극·음악·전통·시각 5개 장르별로 1~4명의 신진 예술가를 선정해 최대 2년 동안 월 8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부산문화재단도 2012년부터 '청년문화집중지원사업'(2014년 기준 시비 4억 5000만 원)을 운영 중이다. 사업은 총 3가지로 젊은예술가문화예술지원사업, 인디문화인큐베이팅프로젝트, 예술영재창작활동지원사업이다. 젊은예술가문화예술지원사업은 국내 최초로 젊은 예술가의 해외 진출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지역성 살리고 간섭은 최소화 =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월 신년 기획으로 10인의 젊은 예술인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 모두가 경남에도 '젊은 예술가 지원 사업'이 도입되길 바랐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충분한 논의와 과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인문만화책방 앗!'을 운영하고 있는 서한영교(31·작가) 씨는 "중요한 것은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반드시 '증명'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능성(똘기)과 잠재성(무모함)을 끊임없이 갈고 닦을 수 있는 방향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봐줄 수 있는 이들이 지원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하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유라(30) (주)삼프로연구소 아트티렉터는 "프랑스 같은 경우는 지원 사업에 대한 심사 기준이 엄격해 한 번 뽑을 때 확실히, 제대로 뽑고 그 이후에는 지원에 대한 간섭을 안 한다. 경남의 젊은 예술가 지원 사업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정지현 씨는 다른 광역 문화재단에서 잘하는 지원 방식을 벤치마킹해 지역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씨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는 비슷하다"면서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할 때 지역에 머무르기보다는 지역에 맞게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