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50대 아저씨의 돈가스가 솔직담백한 이유는…

[경남 맛집]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비비돈가스'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2014년 04월 02일 수요일

담백한 돈가스를 오랜만에 만났다.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창원과학고등학교 앞 '비비돈가스'가 그 주인공이다.

점심시간 가게는 손자를 데리고 온 할머니부터 주부 모임, 직장인 모임 등 남녀노소 돈가스를 즐기러 온 이로 가득했다.

비비돈가스 사장이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허명(57) 씨가 자신있게 내놓은 왕돈가스와 샐러드돈가스를 맛봤다.

인기 메뉴인 왕돈가스는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노릇하게 튀겼다. 어른 손바닥 2개 크기만한 돈가스는 기름기가 잘 빠져 배불리 먹어도 느끼하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맛의 비결은 단연 돼지고기의 질과 상태다.

허명 씨는 "돼지고기를 숙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고기를 이틀에 한 번 함안까지 가서 사옵니다. 배달을 안해주니 직접 가서 사와야지요. 잡은 고기를 바로 쓰면 근육이 경직돼 있어 맛이 없지요. 이틀을 숙성해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구입한 돼지고기 등심은 힘줄을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해 저온 냉장고에서 우선 하루를 숙성한다. 그다음 칼집을 넣어 화이트 와인과 마늘을 추가해 하루 더 숙성한다.

허 씨는 주문을 받는 즉시 숙성된 돼지고기에 빵가루 옷을 입혀, 170도 온도에 3분 동안 튀겨낸다.

   
  비비돈가스 사장 허명 씨. /김구연 기자  

냉동 돼지고기는 금방 티가 나기 마련이다. 씹으면 보통 퍽퍽하고 질기다. 비비돈가스의 돈가스는 입안에 넣을 때까지 고기와 튀김옷이 혼연일체를 이루며 부드럽게 씹히고 촉촉함도 살아 있다.

"튀김 기름 교체시간 오전 10시 30분, 오후 4시." 비비돈가스는 주방 앞에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기름 교체시간을 안내해놓고 있다.

허명 씨는 "같은 기름을 오래도록 쓰면 고기 냄새부터 다르다. 손님들에게 약속한다는 생각으로 기름 교체시간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체시간을 공개하지 않고 기름을 교체할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혹시 마음이 변할까봐, 흔들릴 그때마다 손님들이 지적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다.

소스도 중요한 맛의 포인트다. "소스 만드는 데 장장 5시간 30분이 듭니다. 재료 손질하고 계량해서 믹서기에 분쇄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리고, 여기에 밀가루를 버터에 따로 볶는 시간 1시간, 섞어서 불 위에서 졸이는 시간 2시간 30분을 합치면 그리됩니다."

   
  비비돈가스 대표 메뉴인 수제 왕돈가스. /김구연 기자  

토마토, 양파, 당근, 파인애플, 바질, 월계수잎 등 27가지 재료가 들어간 소스는 연갈색과 연주황색의 경계에서 빛에 따라 달리 보인다.

다행히 비비돈가스는 돈가스를 소스통에 담갔다가 빼거나 소스로 범벅하지는 않지만 왕돈가스에 소스가 뿌려져 나오는 것은 아쉽다. 샐러드돈가스처럼 소스를 따로 뿌려 먹거나 찍어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손님 기호를 더 존중할 수 있으리라.

샐러드돈가스는 야채를 즐겨 먹는 이들이나 맥주 안주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메뉴다.

비비돈가스에서는 밥이 돈가스 옆에 얹혀 소스를 머금는 일은 없다. 미니 뷔페식으로 비빔밥 코너를 따로 마련해 뒀기에 밥그릇에 밥만 담아오거나 다섯 가지 고명으로 취향에 따라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다섯 가지 고명은 알배추무침과 콩나물, 부추나물, 무채, 김가루다.

   
  비비돈가스 대표 메뉴인 수제 돈가스샐러드. /김구연 기자  

비빔밥과 함께 먹는 돈가스라는 뜻에서 지은 '비비돈가스' 문을 열기까지 허명 씨와 아내 이복희(56) 씨는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창업에 임했다.

허 씨는 "나이 육십 앞두고 불확실한 업종에 왜 뛰어드느냐는 얘기를 친척이며, 친구며 주변에서 귀에 닳도록 했다. 하던 건축업이나 계속하면서 남에게 일 맡기고 돈이나 타먹지 왜 주방에서 생고생하느냐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다들 아무 소리 못한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 이제는 다들 응원해준다"고 웃었다.

고향이 옛 마산 월영동이었던 허 씨는 서울의 한 건축회사에서 일했지만 IMF 외환위기 때 실직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서울에 둔 채 창원에서 건축업을 계속 이어갔으나 그것마저 시들해졌다. 남은 일생을 부지런히 제 몸 움직이며 일할 수 있는 게 뭐있나 고민 끝에 결심한 요식업은 그의 인생 제2막을 알리는 원동력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수제 왕돈가스 8500원 △수제 돈가스샐러드 9500원 △수제 안심돈가스 9000원 △수제 돈가스 정식 9500원 △어린이 수제 돈가스 5000원.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위치 : 창원시 의창구 평산로 135번길 21(서상동).

◇전화 : 055-282-8700.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