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고깃집 등 3인분 주문 기본…타 지역 1인 가구 위한 메뉴와 대조

블로그나 SNS 활용, 지역신문 관련 강의차 전국 곳곳을 혼자 여행할 기회가 많았다. 먼 곳을 하루만에 다녀오려면 너무 피곤하여 대개 1박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혼자 식당을 찾아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나홀로 식도락' 체험이 5~6년 축적되어오는 동안 점점 굳어진 확신이 있다.

내가 사는 경남의 음식점들이 전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음식의 맛이나 친절, 청결 수준은 제쳐두고라도, 우선 메뉴 구성 자체부터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다. 경남의 횟집이나 고깃집에서 1인분 메뉴를 파는 곳이 있을까? 1인분은 고사하고 둘이 가서 시켜도 3인분이 기본이다. 이게 가장 심한 곳이 경남이다.

그럼 1인분을 먹을 수 있는 고깃집이 과연 있느냐고? 그렇다. 서울이나 광주·전남에는 많다. 얼마 전 갔던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선술집에서 숯불에 구워 먹는 소 갈비살 1인분(1만 1000원)을 시켜먹었다. 증거 사진도 보여줄 수 있다.

바로 전날 갔던 서울역 앞 STX 본사 건물 지하에 있는 한 설렁탕 전문점에서도 그랬다. 거긴 설렁탕 한 그릇이 7000원인데, 1만 원짜리 '설렁탕 정식'을 시키면 수육 한 접시(100g)가 함께 나온다. 혼자 가도 반주 한 잔 하기 딱 좋은 메뉴다. 게다가 이 집은 모든 메뉴가 혼자 온 손님을 배려한다. 수제왕만두 3개 2500원, 5개 4000원을 선택할 수 있고, 수육도 소(1만 2000원), 중(1만 8000원), 대(2만 6000원) 중 골라 시킬 수 있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서울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에 가면 돼지고기 편육(한 접시 1만 4000원)을 파는데, 혼자 가면 반 접시만 시켜먹을 수 있다.

춘천과 서울 서초동에 나름 유명한 '샘밭막국수'라는 곳이 있다. 이곳도 막국수 한 그릇이 8000원인데, 1만 3000원짜리 '정식'을 시키면 딱 혼자 먹기 좋을 돼지보쌈과 작은 녹두전이 함께 나온다. 역시 혼자 온 손님을 배려한 구성이다.

광주에서 유명한 쇠고기 전문점들은 1인분 150g(안창살 2만 9000원) 단위로 파는데, 두 명이 가서 2인분만 시켜도 군말 없이 준다. 우리 지역 마산에서 나름 유명한 쇠고기 전문 식당이 100g(갈비살 2만 4000원) 단위로 팔며 기본 3인분 이상인 것과 비교된다. 더 놀라운 것은 광주의 그 식당에 혼자 가서 1인분을 시켜봤더니 주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생고기(우둔)와 횟간, 맑은 선짓국도 변함없이 기본 서비스로 챙겨줬다. 내가 아는 광주의 또 다른 쇠고기 전문점은 200g을 같은 가격으로 파는 곳도 있다.

전남 광양의 '광양불고기' 식당들도 1인분(180g)을 시켜본 경험은 아직 없지만, 둘이 가서 2인분만 시켜도 커다란 화로에 숯불을 가져온다.

심지어 국내 최대의 관광지라는 제주도에서는 1인분 생선회를 파는 횟집도 봤다. 2012년에 들렀던 제주시 동문시장 안에 있는 '싱싱회센터'라는 식당은 1인분(1만 5000원)을 시키면 황동(참돔) 등 4가지 어종의 회를 각 4점씩 내온다. 게다가 서비스 안주로 자리돔 회와 무침, 가오리 회, 고등어 회, 소라, 생선가스, 초밥과 알밥 각 2~3점씩을 준다. 관광지여서 무조건 비쌀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반면 경남의 횟집들은 어떤가? 비교적 회가 싸다는 마산도 모둠회 한 접시가 최소 4만~5만 원이다. 둘이 먹어도 너무 많은 양이다.

   

한 번은 마산 해안가의 한 횟집에 남자 세 명이 가서 가장 작은 5만 원짜리를 시켰는데, 종업원이 "세 명이면 기본 6만 원짜리를 시켜야 한다"고 강요해 기분이 상했던 적도 있다. 이래 갖고서야 경남의 식당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를 배려한 메뉴 구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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