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8) 충남 공주 동학사의 봄

산사의 봄은 쉬 오지 않는 듯하다.

바람은 따스해지고 꽃들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 바람은 깊숙한 산사에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헷갈린다.

어제는 앙상했던 가지가 오늘이면 봉오리를 틔우고 내일이면 만개할 시절이다. 한번 불기 시작한 봄바람은 순식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에 자리 잡은 동학사. 계룡산 동쪽 골짜기에 싸여 있는 천년고찰 동학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강원(일명 승가대학)이다.

동학사는 713년 당나라 스님 상원조사가 지은 상원암에 연원을 두고 있다. 상원암은 은혜를 갚으려는 호랑이 덕분에 여인을 만난 상원조사가 여인과 의남매를 맺고 함께 도를 닦았던 곳이다.

고려 태조 3년에 도선국사가 지금의 동학사 자리에 사찰을 중창하고 나서 태조의 원당이 되었다.

고려 태조 19년. 신라가 망하자 류차달이 이곳에 신라의 시조와 박제상을 제사 지내고자 동학사를 건축했고 이후 사찰이 번창하자 절 이름도 동학사로 바꾸었다. 동학이라는 이름은 절 동쪽에 있는 학 모양의 바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주변에 볼거리가 풍성하고 교통이 편리해 계룡산 관광지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는 동학사. 유명한 사찰 대부분이 그러하듯 동학사로 향하며 걷는 길에는 식당과 찻집 등이 즐비하다.

부산스럽다. 관광에 들뜬 여인들과 손님을 맞는 식당 주인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 등으로 왁자지껄하다.

주차를 하고 총총걸음으로 10분여를 걸어 차량 통제된 그곳을 딱 지나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동학사 일주문을 지나면 오직 귓가에는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만이 존재한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소리마저 고스란히 귓속으로 전해진다. 소란스럽던 세상이 등 뒤 어딘가로 숨어버린 듯하다.

학바위 앞에서 관음봉고개에 이르기까지 약 3.5km의 동학사 계곡은 숲에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된 오롯이 자연의 소리로 가득 찬다.

봄이 가장 아름답다는 동학사계곡

항상 아름다우나 그 중에서도 신록이 피어나는 봄의 계곡이 으뜸이란다. 맑디 맑은 계곡물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걷는다. 조금만 더 기다려 찾았다면 만났을 흩날리는 벚꽃 구경을 못했다는 아쉬움에 위안을 준다.

일주문을 조금 지나면 화강석을 이용해 만든 '생각하는 여인' 조형물이 있다. 미륵반가사유상을 통해 백제의 얼을 이으려 했다는 이 여인. 중생을 생각하며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의 행복을 염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단다.

노란 복수초가 반기고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담긴 돌탑들이 길을 안내한다.

걷기 좋은 길이다. 걷고 또 걸어도 숨이 차오르지 않는다. 생각은 접어 두고 걸음걸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걷다 보면 문수암까지 100m라는 안내 비석이 보인다. 이 비석을 마주 보고 왼쪽으로 걸으면 동학사로 향할 수 있다. 관음암과 길상암, 미타암 세 암자를 지나면 그제야 천년고찰 동학사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동학사 일주문.

승가대학인 만큼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에 앳된 비구니 스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동학사에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물이 있다. 경내에 들어서면 두 기둥이 우뚝한 홍삼문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궁궐, 관아, 능, 묘, 원 앞에 세우는 문으로 사찰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숙모전은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단종을 모신 사당이다. 동서무(문묘의 동쪽과 서쪽 행각)에는 당시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참형을 당한 사육신과 삼상, 종실의 대군, 그 외 순절한 원혼을 그리고 생육신 등 충의 절사를 모셨다.

동계사는 신라 제19대 눌지왕 때 인질로 일본에 잡혀간 왕의 아우 해사혼을 구출하고 왜지에서 혹형으로 산화한 관설당 박제상의 항일 충혼을 모신 곳이다.

삼은각은 고려말 명현인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 등 삼은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동학사는 사원이면서도 경내에 유신의 사당이 있다.

사찰

<추천 등산로>

① 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자연성능~삼불봉고개~신흥암~용문폭포~갑사(7.1㎞, 4시간).

② 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자연성능~삼불봉~남매탑~동학사(6.4㎞, 4시간).

③ 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고개~연천봉고개~갑사(5.5㎞, 3시간 30분).

④ 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고개~연천봉고개~고왕삼~신원사(5.8㎞, 3시간 30분).

⑤ 동학사~남매탑~삼불봉고개~금잔디고개~신흥암~용문폭포~갑사(4.7㎞,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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