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여 년간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에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 중의 하나는 예술행정, 예술경영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예술행정과 예술경영을 간단히 정의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으나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음악 활동의 기본적인 개념 즉 창작·연주·감상 외에 하나의 예술작품이 만들어져 감상에 이르는 공연예술 전 과정에 개입하여 기획하고 지휘·감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 개념에서는 그리 중요시하지 않은 분야였지만 공연예술의 성공 여부가 예술경영과 행정에 의해 좌우되면서, 예술가와 애호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연예술가, 예술경영가, 애호가라는 구조가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경남지역의 경우도 여러 연주단체에서 행정·기획을 담당했던 부서나 인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경제적 영역을 다루기보다는 단순한 행정 사무의 보조적 역할을 해왔다.

기획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기획력을 발휘하기보다는 포스터, 리플릿 제작, 우편 발송 등의 단순 홍보 작업에 그쳤다. 체계적인 의미의 기획·홍보·마케팅 개념으로 일을 한 경우는 드물었고 그 경계도 모호했다.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경향은 전통적인 공연문화의 생산과 소비 구조에 한계를 느꼈고, 무한경쟁 사회에서 공연문화 역시 경제적 논리를 통해 헤쳐나갈 수 있다는 사고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이나 예술단체, 공연장 운영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효율성은 관객들에게 문화 향유의 효율성을 제공했다.

예전에 비해 많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아직까지 상당수의 예술가들이나 단체들은 연주만 할 줄 알았지, 공연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기획이 체계적이지 않으면 공연 제작 과정이 허술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뛰어난 연주력으로 좋은 공연을 제작했다 하더라도, 홍보와 마케팅에서 한계를 드러내면 공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2014년 문화예술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서류작성 미비로 상당수의 단체와 개인이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심사평이 나왔다.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미비한 정보와 지식에서 오는 결과일 수 있다.

그 밖에 이런저런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아쉬운 점도 많다. 사회가 변하고 문화계도 변하고,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절차들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지역의 공연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연단체와 공연에 대한 경영적 마인드를 갖추는 등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단지 책상머리 앞에서 이루어지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적용되는 실천적 인식 또한 필요한 시기이기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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