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껏 집에서 텔레비전을 안 틀어놓은 적이 없다. 애들 보는 어린이 프로든 뉴스든 드라마든 아침에 눈을 뜨면 텔레비전부터 켜고 자기 전까지 켜놓고 있다가 자기 직전에 텔레비전을 끈다. 그게 나의 하루의 시작이고 끝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하루 종일 틀어놓고 보는 게 좀 심한가 싶다가도, 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니까 더더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접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텔레비전을 끄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텔레비전을 이렇게 계속 틀어놓고 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도 텔레비전을 끄지 못했는데 이젠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바로 우리 아이들 때문이다.

엄마가 그렇게 하루 종일 생활을 하니 첫째 딸아이도 눈 뜨면 "엄마 텔레비전 틀어줘", 어린이집 갔다 오면 "엄마 내 프로 틀어줘", "이거 볼래 저거 볼래" 한다.

이제 9개월을 넘긴 둘째도 텔레비전이 켜 있으면 넋을 빼놓고 한없이 바라보고 있기에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책보다 놀이보다 텔레비전 보는 것이 익숙해진 아이들.

아! 정말 이건 아니구나 싶어 아이들을 위해 결국 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끄고 며칠을 살아보기로 했다.

오늘이 3일째. 엄청 허전하고 이상할 것 같았는데 나름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텔레비전 소리가 가득했던 거실은 음악 소리로 다시 채워졌고, 나도 텔레비전으로 허송세월 보내는 시간이 줄어서인지 약간 더 부지런해졌다.

아이들도 몇 번 텔레비전 틀어달라고 하다 안 된다고 하니 어느새 그냥 자신이 놀거리를 찾아서 놀기 시작했다. 어른에 비해 정말 적응력이 빠르다.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았던 만큼 '그 시간을 다른 걸 하면서 어떻게 채우지' 하는 두려움이 더 커서 어쩌면 지금까지 텔레비전을 끄지 못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시간은 내가 두려워했던 것보다 더 쉽고 가볍게 다른 것들로 채워졌다. 아이 얼굴을 한번 더 보게 되고 아이에게 책 한 권 더 읽어주게 되고 취미로 배웠던 빵 만들기도 탄력 받아 매일 다른 빵을 계속 만들게 되고. 텔레비전이 차지한 시간이 빠지니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이 더 늘어났다.

진작 이렇게 지낼걸. 왜 그동안 이렇게 하지 못했나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인지 모른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작가임에도 텔레비전 없이 한번 살아보고자 한다. 집에서만큼은 우리 가족의 모습 하나하나가 내가 프레임에 담고 싶은 활동사진이니까.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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